
민주당과 법무부는 당초 이날 국회에서 비공개 당정 실무회의를 열고 수사·기소 분리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여러 일정이 겹쳐 서면으로 대신했다.
핵심 쟁점은 접근 방식의 차이다. 민주당은 검찰청을 완전히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공소청을 법무부에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총리실 산하 국가수사위원회도 함께 설치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법무부는 기존 검찰청을 유지하되 수사 기능만 떼어내 별도 기관을 설치하고, 검찰청에는 기소·공소유지 기능을 남기자는 입장이다.
정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수사·기소는 반드시 분리되는 방향으로 개혁해야 하고 그 방법으로 중수청을 신설하는 데도 적극 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행안부 산하 설치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 25일 국회에서도 “중수청과 경찰, 국가수사본부까지 모두 행안부 밑으로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정 장관은 이날 당정협의를 앞두고 민주당의 일방적 추진 방식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어떤 면에서 문제가 있는지 하나하나 점검해야 하는데 구체적인 검토 과정 없이 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다”며 “합리적 토론과 대화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배경이기도 하다.
정 장관의 신중론은 이재명 대통령 지시와도 맥을 같이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민감한 쟁점 사안은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최대한 속도를 내더라도 졸속이 되지 않게 하라”고 당부했다.
이후 민주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민주당과 정부는 추석 전 정부조직법 처리 후 구체적 후속 작업은 차분히 진행하는 ‘단계적 개혁’ 로드맵에 의견을 모았다.
이날 민형배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위원장은 “상황이 많이 변했다”며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해 중수청, 공소청 분리를 국민에게 확인시키겠다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민 위원장은 정 장관이 전날 국회에서 보완수사권 폐지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하신 것 같다”며 “(보완수사권 폐지가) 당정 간에 합의됐거나 특위에서 의논된 것은 아니다”고 못 박았다. 특히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너무 나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정 장관에 대한 당내 반감을 드러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 폐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경찰의 사건 처리 지연이나 불송치 결정에 따른 서민 피해를 막으려면 보완수사권은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총리실 산하 국수위가 수만 건의 경찰 이의신청을 처리하는 방안도 실무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란/최해련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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