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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동성명 안낸 한·미…'車관세·최혜국대우' 명문화 이견 있었다

입력 2025-08-27 18:01   수정 2025-08-28 02:30


지난달 30일 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 타결 때 백악관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와 자동차(차 부품 포함) 관세는 15%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향후 반도체·의약품 관세 부과 땐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도록 최혜국대우를 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한국이 이를 명문화하자고 해도 미국은 명문화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이 나오지 않은 배경 중 하나도 이 대목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美, 압박 수위 유지 목적?
26일(현지시간) 한·미 통상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정상회담 전후 한국 측의 거듭된 요청에도 미국 정부는 관세협상 결과를 명문화하는 데 쉽게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일단 한국에 15% 상호관세나 최혜국 관세율 중 하나를 적용하는 데는 합의를 이뤘지만 품목 관세를 그 대상에 포함하는 것과 관련해 이견이 남아 있다. 한 통상 관계자는 “외교안보 등 큰 틀에서 아직 합의가 덜 된 부분이 있어 (품목 관세에도) 동의하지 않은 것뿐”이라며 “미국의 마음이 바뀌었다고 해석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미국 측이 자동차 관세 15%, 반도체 관세 등에 최혜국대우 약속을 어기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란 얘기다.

그럼에도 미국이 명문화를 미루면서 배경을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가장 유력한 해석은 한국을 압박할 카드가 사라지는 걸 꺼린다는 것이다. 미국에 자동차와 반도체 등을 파는 한국으로선 명문화가 유리하다. 당장 자동차만 해도 미국에 수출될 때 여전히 25% 관세를 내고 있다. 미국 세관이 적용할 수 있는 명문화된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선 명문화를 늦추면서 한국의 투자 약속 등을 최대한 끌어내는 게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으로부터 방위비 분담금을 더 받아내려는 의도도 있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둘째는 법적 안정성의 차이다. 미국의 상호관세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를 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의로 정한 이 관세율은 미국 항소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향후 법원에서 상호관세가 ‘위법’으로 판정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하는 품목 관세는 이미 트럼프 1기 정부부터 철강 관세 부과에 이용돼 법적 안정성이 강하다. 품목 관세 인하를 명문화하는 것이 상호관세 명문화보다 트럼프 행정부에 더 큰 양보로 여겨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일부 사안에서는 한국에 명문화가 꼭 유리하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자동차 관세 15%나 최혜국대우는 확정되는 게 좋지만 안보와 관련된 것도 있기 때문에 어떤 약속이 명문화되는 게 부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한·미가 명문화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그 전까지 미국이 한국 측에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과 방위비 분담 등 추가적인 양보를 요구할 수 있다.
◇韓, ‘美 기업 차별 안 한다’ 약속
한국은 이번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이 문제 삼아 온 디지털 교역과 자동차 수입 관련 비관세 장벽을 완화하는 내용에는 상당 부분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쌀과 소고기 등 민감 품목은 양국이 협상하는 내용에서 완전히 제외된 것으로 파악됐다.

3500억달러 대미 투자액을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해선 양국 간 시각차가 남아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5일 워싱턴DC에서 기자단과 만나 “조선, 에너지, 핵심광물, 배터리, 반도체, 의약품, 인공지능(AI) 퀀텀 컴퓨팅 등 전략 산업 강화를 지원하는 데 금융 패키지를 활용하기로 했다”며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MOU)로 금융 패키지 조성과 운영을 규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은 지분 투자를 요구하는 반면 한국은 대출이나 보증 등의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3500억달러 중 1500억달러를 조선업 전용으로 쓰자는 구상에 대해서도 미국은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이날 CNBC 방송에 출연해 “한국과 일본 등의 자금으로” 국가경제안보기금을 창설하겠다고 공언했다. 조선업 전용 1500억달러 등의 명문화에 부정적인 배경으로 추정된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 돈을 쓰는 데 방해가 될까 우려한 셈이다.

한국은 협상이 더 길어질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 후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브리핑에서 “트럼프 시대의 통상 협상, 또 안보 협상의 뉴노멀은 계속 끊임없이 논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협상이 길어질수록 산업계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한재영/김대훈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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