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외교 분야 첫 번째 관문으로 평가받던 한·미 정상회담을 마무리하고 27일 귀국길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28일부터 곧바로 산적한 국내 현안을 해결해야 하고 정상회담 후속 과제도 풀어야 한다.
◇산적한 국내 현안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귀국 후 정부조직 개편과 세법 개정, 예산안 마련 등 다양한 국내 현안을 보고받을 예정이다. 정부조직 개편은 정치권 예상보다 속도가 늦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대선 때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을 개편하고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면서 최종 개편안 마련이 지연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담당(2차관 라인)을 어디로 보낼지가 관건이다.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자는 의견과 기존 환경부로 이관하자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이 대통령은 예산 편성안도 확정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할 때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세수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 세법과 관련해서는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결정해야 한다. 애초 정부는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하는 세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여당에서는 자칫하면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현재 기준을 유지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석유화학산업 재편도 이 대통령 앞에 놓인 과제 중 하나다. 석유화학산업이 붕괴하면 고용 한파와 세수 감소로 이어지기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많다. 아울러 탄소배출권 강화에 따른 전기료 인상 문제도 기업들에 부담이 되는 만큼 정책 설계와 타이밍을 세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음달 출범하는 국가AI전략위원회를 통해 인공지능(AI) 기본법 하위 법령을 마련하는 등 AI 정책도 짜야 한다. 부동산 공급대책 등도 마련해야 한다.
야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도 고민거리다. 강성 반탄(탄핵반대)파 장동혁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로 선출되면서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장 대표와 당분간 거리를 둘 가능성이 크지만 이 대통령은 앞서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개헌,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등도 쉽지 않은 과제로 평가된다.
◇정상회담 후속 논의도
한·미 정상회담이 예상보다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마무리됐지만 회담 이후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상회담에서 관세와 안보 등 현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아 실무진이 추가로 협상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게 중론이다. 관세 및 안보 관련 사안을 문서화하는 과정에서 한·미 양국이 문구 하나하나를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요구한 알래스카 가스전 투자를 구체화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대일 관계에선 해묵은 과거사 문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규제 등이 외교 관계의 뇌관으로 꼽힌다. “‘안미경중’을 취할 수 없다”는 이 대통령 발언에 대한 중국의 반발도 해결해야 한다. 북한이 이 대통령을 잇달아 비난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연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자는 취지의 대화를 했는데, 북한은 이에 대해 아무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미·북 대화 혹은 한국을 포함한 3자 대화를 진행시키려면 사전 조율 작업도 해야 한다.
여권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는 것이 정부 내 평가지만 마냥 이를 누리기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미국 방문 전보다 국내 현안은 오히려 더 많아진 상황이라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워싱턴=한재영 기자 khk@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