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을 방조한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구속을 면했다. 이에 따라 계엄 사태에 가담한 의혹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들에 대한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의 수사 동력은 한풀 꺾이게 됐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오후 1시30분부터 3시간30분가량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오후 10시께 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정 부장판사는 기각 사유로 “중요한 사실 관계와 피의자의 행적에 대한 법적 평가와 관련해 다툴 여지가 있고, 혐의에 관해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와 수사 진행 경과, 피의자의 현재 지위 등에 비춰 방어권 행사 차원을 넘어선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피의자의 경력, 연령, 주거와 가족 관계, 수사 절차에서 피의자 출석 상황, 진술 태도 등을 종합하면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이 한 전 총리 구속영장에 적시한 혐의는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위증, 허위 공문서 작성, 공용 서류 손상,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허위 공문서 행사 등 6개다. ‘국정 2인자’이자 행정부 내 대통령이 임명하는 유일한 공무원인 ‘제1 국가기관’으로서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견제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도 의무를 방기했다는 게 큰 줄기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 전 윤 전 대통령에게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한 것이 그를 말리려던 게 아니라 계엄의 합법성을 형식적으로 갖추기 위한 것이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앞서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가 적용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구속영장은 발부된 바 있다. 한 전 총리는 이 전 장관, 김 전 장관에 이어 내란특검팀이 신병 확보를 시도한 윤석열 정부의 세 번째 국무위원이다.
김형수 특검보를 필두로 한 전 총리 구속심사에 나선 특검팀은 362쪽에 달하는 의견서와 160쪽 분량의 프레젠테이션(PPT) 자료, CCTV 영상 등을 총동원해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한 전 총리 측은 위증 관련 내용을 제외한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총리가 구속되면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계엄 사태의 핵심 주동자로 꼽히는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을 수사하는 데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