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외 안경렌즈 시장은 글로벌 기업이 약 70%의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 프랑스 에실로와 일본 호야, 독일 칼자이스 등의 회사가 대표적인 예다. 시력을 교정할 때 쓰는 안경의 특성을 고려해 소비자가 잘 알려진 유명 브랜드 제품을 찾는 게 주된 이유다.
비상장사인 소모렌즈는 이런 독과점 시장에서 매출 비중의 90%를 해외로 눈을 돌려 활로를 찾고 있는 안경렌즈 제조기업이다. 국내시장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지만, 연간 360만쌍의 렌즈를 생산할 수 있는 자체 설비를 갖춘 유일한 토종 기업으로 거듭나 차별화를 꾀했다.
신승종 소모렌즈 대표(사진)는 “중국산 저가 렌즈의 공세와 장기적인 내수 침체 등으로 불가피하게 코로나19 팬데믹 대비 절반 수준으로 렌즈 생산량을 줄여왔다”며 “일반 제품보다 서너배 단가가 높은 ‘프리폼 기능성(RX) 렌즈’로 앞세워 실적을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소모렌즈의 주력 제품인 기능성 렌즈는 소위 안경렌즈 업계의 ‘맞춤형 양복’이다. 이 렌즈는 근시나 원시, 난시처럼 시력에 문제가 있는 상황뿐 아니라 좌우 도수 차이나 소비자의 나이 등을 고려한 맞춤형 제품이다.
신 대표는 “밤에 운전할 때 헤드라이트 불빛에 의한 피로도를 줄여주는 등 각 상황에 최적화한 렌즈를 제조하는 기술력을 30여년간 쌓아왔다”며 “분기마다 자체 시험을 통해 경쟁사 제품과 비교하는 테스트를 진행해 품질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품질을 기반으로 소모렌즈는 브랜드 ‘소모(SOMO)’를 앞세워 30년 가까이 미국을 주 무대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소모렌즈의 모든 제품군은 미국 최대 안과 보험 ‘비전 서비스 플랜(VSP)’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렌즈로 공식 인증을 받았다.
신 대표는 “보험 소송에 특히 민감한 미국 정서상 제품 인증을 받기 위한 문턱이 높은 편”이라며 “일본 미쓰이화학 등 글로벌 기업이 만든 첨단 안경렌즈 소재의 특성을 100% 살리기 위한 코팅, 설계 기술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품군에 적용되는 미국발 15% 관세율에 대해서는 “올 하반기까지 가격을 올리지 않고 대응할 수 있는 제품 재고와 체계를 갖췄다”고 덧붙였다.

사세를 키우기 위한 신사업으로 2013년 카메라 렌즈를 전문 제조하는 자회사 소모비전을 세웠다. 안경렌즈 설계 기술을 응용해 자율주행차,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렌즈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2014년에는 360도 회전이 가능한 카메라용 단 렌즈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현재는 약 20여개 제품군을 확보하고 있다.
신 대표는 “기존 사업과 함께 고온다습한 환경에 특히 민감한 카메라 렌즈를 제조할 수 있다는 게 소모렌즈의 경쟁력”이라며 “글로벌 전장(전자장치)회사들과 가상현실(VR) 등에 특화한 차세대 안경을 개발하는 협업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제품 개발도 본격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신 대표는 “소비자의 생활 방식이나 얼굴 생김새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한 뒤 적합한 안경렌즈를 제안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에 서비스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약 1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 대표는 “중동과 아시아 등으로 해외 시장을 넓혀 기존 설비를 다시 100% 가동하는 게 중장기 목표”라며 “헬스케어와 정밀공학을 아우르며 한국의 칼자이스로 한층 성장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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