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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아름다운 미장센? 오직 '이것'만 하면 되더라" [여기는 베니스]

입력 2025-08-30 12:58   수정 2025-09-01 09:21



“우아하다, 아름답다 같은 말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정확한 표현을 위해 철저하게 노력해요. 그게 성공한다면 비로소 궁극적으로 우아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얻는다고 생각합니다.” (박찬욱 감독)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29일(현지시간)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월드프리미어로 공개되며 나온 현장의 첫 반응은 “역시 박찬욱다운 영화”다. 박 감독 특유의 우아한 영상미, 장면과 어울리는 음악이 돋보인다는 뜻이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가 이날 “박찬욱이 현존하는 가장 품위 있는 감독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라고 영화를 평가한 게 단적인 예다.

‘어쩔수가없다’는 약간의 잔혹성을 덜어낸 자리에 유머 한 스푼을 넣었다는 점을 빼면 박찬욱의 미장센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쉰다. 화면 앵글과 색감, 음악 같은 요소들이 러닝타임 내내 시선을 잡아끈다. 영화가 전개되는 주된 배경이자 주인공 만수(이병헌)가 아끼는 집부터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닌 끝에 충남 아산의 오래된 ‘불란서풍’ 주택을 브루탈리즘 양식을 겹친 공간으로 만든 것이나, 모차르트부터 조용필 ‘고추잠자리’, 김창완 ‘그래 걷자’ 같은 노래들로 기묘한 정서를 증폭시키는 음악이 그렇다.



이날 오전 베니스 리도섬 ‘팔라쪼 델 시네마’에서 열린 ‘어쩔수가없다’ 공식 기자회견에서 각국의 기자들이 우아한 미학을 만들어내는 비밀을 벗기기 위한 질문을 쏟아냈다. 정작 박 감독은 아름답다는 개념에 몰두하지 않는다는 답을 내놨다. 그는 “원하는 건 스토리와 캐릭터의 감정이 가장 정확하게 표현되는 방법”이라며 “정확하기 위해 철저하게 노력하면, 추하고 역겹고 더러운 피사체일지라도 궁극적으로 아름다운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영화가 영화다울 수 있는지만을 탐구한다는 것이다. 이 말을 풀어 설명하자면 이렇다. ‘어쩔수가없다’가 그만큼 박 감독이 공을 들여 만든 소중한 작품인 만큼, 미장센을 위한 미장센이 아닌 오래 기억될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는 뜻이다. 미국 소설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도끼>를 원작 삼은 ‘어쩔수가없다’는 오래전부터 박 감독이 가장 영화로 만들고 싶어 했던 스토리로 잘 알려져 있다. 칸 국제 영화제를 건너뛰어야 할 만큼 후반작업이 길어지는 등 완성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 감독은 이날 진행자인 엘리나 폴라키 베네치아대학 교수가 작품 완성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를 묻는 질문에 “20년 만에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에 돌아온 것처럼, 이 작품의 원작을 영화로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도 20년이 됐다”며 “필요로 하는 정도의 예산을 만들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원하는 수준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비용을 들여야 했다는 것. 그는 “세월이 흐른 뒤에서야 드디어 투자가 이뤄지고 원하는 수준의 예산이 책정돼 캐스팅 라인업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박 감독은 유독 ‘어쩔수가없다’에 애정을 쏟은 이유도 넌지시 털어놨다. 소설 원작과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이 실직하고, 자신의 쓰임새를 확인받기 위해 필사적인 구직에 나서는 점이 자신과 닮았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박 감독은 “영화인도 한 번의 작품이 끝나면 잠재적 실직 상태에 들어가고, 언제 다음 작품을 할지 기약이 없는 상태로 몇 달, 혹은 몇 년의 시간을 보낸다”면서 “투자자에게 시나리오를 피칭하는 모습이 영화 속 실직자가 구직 면접을 보는 장면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는 어느 나라 사람들에게 들려줘도 공감할 수 있다”면서 “언젠가는 영화로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했다.

영화는 중년 회사원 만수(이병헌 역)가 덜컥 해고된 후 가족의 안정적인 생활을 지키려 재취업을 결심하고 구직 경쟁자를 제거하는 이야기가 얼개다. 평범한 개인이 극한의 상황에 내몰리며 인간 본성의 끝자락에 다다르는 과정을 묘사했다. 해고당한 좌절, 취업을 향한 분투 같은 개인의 사정이 의외로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상황이란 점에서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다.



영화를 이끄는 건 주인공인 이병헌의 연기력이다. 미국의 영화 전문매체 데드라인은 “이병헌의 탁월한 코미디 감각을 입증하는 작품”이라고 보도했다. 가족의 평온한 일상과 소중한 보금자리인 집을 지키기 위해 비뚤어진 행복을 갈구하는 연기가 돋보였다는 평가다. 특히 영화 초반의 행복과 모든 사건이 마무리된 후 말미에 보여주는 행복의 감정선이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자리한 이병헌은 “(이 행복의 차이가) 캐릭터의 핵심이라 생각해 박찬욱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서로가 내색하지 않고 겉으로는 행복할지 모르지만, 이미 가족의 정신은 피폐해져 버린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결말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네치아=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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