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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물려줄 자식이 없어요"…죽을 때까지 월급 받으면서 산다 [글로벌 머니 X파일]

입력 2025-09-01 07:00   수정 2025-09-01 07:40



이른바 '거대한 부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혼인율과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하면서다. 전통적인 상속에 따른 글로벌 자본의 이동이 재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명보험 등 관련 업종도 구조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부의 ‘세대교체’ 지연
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회원국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2022년 기준 1.5명까지 떨어졌다. 인구 현상 유지를 위한 대체출산율 2.1명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국의 경우 2023년 0.72명이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기록하고 올 1분기 0.82명으로 소폭 반등하는 데 그쳤다. 미국(1.6명), 일본(1.3명), 유럽연합 평균(1.5명) 등 대부분 선진국도 저출산 흐름을 보였다. 중국도 1.0 내외로 추정돼 세계 최저권이다.

평균 초혼 연령은 꾸준히 상승했다. 한국 2022년 기준 남성은 33.7세, 여성은 31.3세로 30대를 넘었다. OECD 대부분 국가도 결혼이 늦어지거나 비혼 인구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이들이 아이 없이 중년·노년에 이르는 가족 구조 변화를 겪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한국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를 돌파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OECD 전체로도 1980년 19%였던 노년부양비(65세 이상 인구 비율)가 2023년 31%로 뛰었다. 2060년엔 52%에 달할 전망이다.

이런 인구 구조 변화는 부의 이전 시점과 경로를 바꾸고 있다. 부모 세대가 오래 살고, 자녀 세대의 수는 줄면서 부의 세대교체가 과거보다 느려지고 희미해졌다는 분석이다. 영국의 경우에는 영국의 싱크탱크 IFS는 평균적인 상속 수령 연령은 현재 50대 중반이고, 부모 수명이 더 길어지면서 60대 초반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IFS는 "영국에서 실제 부유층과 그렇지 않은 층 간 자산 격차는 자녀 세대가 50대에 접어든 시점에 크게 벌어졌다"며 "상속이 너무 늦게 일어나 사회적 재분배 효과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젊은 세대는 '부모 찬스'를 제때 누리기 어려워졌고, 부모 자신은 노후를 스스로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미국의 '노스웨스턴대 뮤추얼'의 '2024년 계획 및 진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 부모 중 26%만 자녀에게 유산을 남길 계획이라고 답했다. 자녀 세대 역시 '상속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비율이 25%에 불과했다. 미국 노스웨스트턴뮤추얼의 제품 총괄 카밀라 윌리엄스 켐프는 “계획된 유산만으로는 다음 세대의 경제적 기반을 다지기에 충분치 않다. 재정 지식과 준비 자체가 더 중요한 유산이 될 수 있다”며 상속 논의와 조기 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부모가 세상을 떠나도 상속인이 없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17년 상속인 부재로 국고로 귀속된 유산이 525억 엔으로 처음 연간 500억 엔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12년보다 1.4배, 2005년에 비해 3배에 달하는 규모다.

고령화 사회 관련 정책 건의했던 복지재단 회장인 홋타 쓰토무 변호사는 "쇼와(昭和)시대 이후 조금씩 진행된 저출산으로 고령 세대는 형제나 자녀 등 친척이 적다"며 "전후 경제성장기에 사회생활을 한 만큼 개인소유 재산도 많기 때문에 상속자가 없어 국고로 귀속되는 유산은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혈연 상속의 고리가 약해진 국가에선 축적된 부가 한참 동안 개인에게 머물거나 결국 국가에 흡수되는 경우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자산 정체 현상은 부동산 시장 등 자산 가격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미국 주택금융업계는 고령층의 ‘에이징 인 플레이스’(집에 머무르며 노후 보내기)와 주택연금 이용 증가가 기존 주택의 시장 유통 속도를 떨어트려 거래량과 가격 형성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균 수명이 늘면서 부모 세대가 생전에 집을 처분하지 않거나, 설령 집을 남겨도 자녀 세대는 이미 중장년층이어서 해당 자산을 경제 활동에 활용할 시기가 지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고령층에 머문 거대한 부
세대 간 글로벌 자산 이전의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미국의 자산관리 리서치 기관인 서룰리 어소시에이츠는 오는 2048년까지 미국에서만 총 124조 달러의 부가 이전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중 108조 달러가 상속인에게 직접 전달될 것으로 예상했다.


해당 부의 대부분은 현재 베이비붐 세대와 그 이전 세대가 보유하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미 중앙은행(Fed) 통계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는 미국 전체 가계 자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부의 세대별 편중 현상이 뚜렷했다. 이런 부의 집중은 기대수명 연장과 결합해 상속의 지연을 구조화한다는 분석이다. OECD는 관련 보고서를 통해 회원국 전반에서 기대수명 증가로 상속받는 연령이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상속이 더 이상 젊은 세대의 자산 형성 초기 단계에 기여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소니아 산토스 '인베스텍 자산·투자'의 고액 자산가 뱅킹 부문 대표는 “사람들이 더 오래 살게 되면서 여러 세대로 구성된 가족이나 두 번째, 세 번째 결혼에서 얻은 상속인 등 자산 관리 측면에서 복잡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자산 이전의 지연은 단순히 시간 문제가 아니다. 30대에 받는 상속은 첫 주택 구매, 사업 자금, 자녀 양육비 등 인생의 경로를 바꿀 수 있는 ‘기회 자본’으로 기능할 수 있다. 반면 60대에 받는 상속은 이미 자산 형성이 끝난 시점에서 은퇴 자금을 보충하거나 본인의 자녀에게 재상속을 계획하는 ‘유지 자본’의 성격이 강하다.

부의 이전 지연은 금융 자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실물 자산 시장, 특히 주택 시장에 직접적인 파급효과를 미친다. 고령층이 현재 거주지에서 계속 살기를 원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in-place)’ 현상은 주택 공급을 구조적으로 제약하는 ‘잠김 효과’를 유발한다. 2023년 AARP(미국 은퇴자 협회)의 조사 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고령자의 75%가 현재 집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런 선호는 2022년 이전의 저금리 시기에 고정된 모기지 금리와 결합해 더욱 강화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택을 팔고 이사할 경우 더 높은 금리로 새로운 대출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고령층 주택 소유자가 매물을 시장에 내놓을 유인이 크게 줄어든다. 주택담보대출 전문기관인 프레디맥(Freddie Mac)은 이런 ‘에이징 인 플레이스’ 경향으로 2018년까지 약 160만 채의 주택이 시장에 나오지 못했다고 추산했다. 이는 연간 신규 주택 공급량과 맞먹는 규모다.
약해지는 ‘부모→자녀’ 대물림
부의 수평적 재분산 사례도 늘고 있다. 부모 세대의 재산이 더는 자녀 세대에게만 향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면서다. 자녀가 없거나 자녀가 멀리 있는 경우 형제자매, 조카 등 친족에게 상속이 돌아가기도 한다. 혈연 밖으로 상속하는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반려동물 신탁(펫 트러스트)과 유산 기부다. 미국에서는 이미 50개 주에서 펫 신탁을 법적으로 인정한다. 26개 주에서는 반려동물 돌봄 목적의 ‘퍼포스 트러스트’까지 허용하여 최대 21년간 애완동물에게 유산을 지급할 수 있다. '2024년 미국의 반려동물 산업 규모는 1528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라는 통계를 보면 결혼·출산을 미루거나 하지 않는 사람이 애완동물에 지출을 아끼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 노년층의 경우 반려동물이 '유일한 가족' 역할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사후에 반려동물이 남겨질 상황까지 고려한 재산설계를 수요가 커지고 있다. 미국 노인층(65세 이상)이 키우는 개·고양이만 3700만 마리에 달한다.

유산 기부도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 'Cerulli Associates'의 분석에 따르면 오는 2048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18조 달러의 유산이 자녀가 아닌 자선단체로 흘러갈 전망이다. 전체 부의 이전 중 약 14%가 가족 바깥으로 향한다는 뜻이다. 고령층이 많은 일본에서는 최근 유산을 미리 사회에 환원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상속세 부담과 저출산 영향으로 자녀 대신 자선재단과 사후 기부 계약을 맺는 사례가 증가했다. 상속인이 없을 경우 사후에 재산이 국고로 귀속되는 것을 고려해 미리 기부하거나 신탁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미국에선 재혼 가정 증가로 의붓자녀나 사위·며느리에게 유산을 남기는 유언 비중도 높아졌다. 한국에선 독거노인의 재산을 돌봐준 사회복지사나 간병인에게 일부 증여하는 사례도 나왔다. 법적 분쟁을 막기 위해 유류분 등 법제 개선 논의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별 상속 가능 범위가 다르다. 미국·영국처럼 유언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는 국가는 개인 뜻대로 반려동물·자선단체 등에 전 재산을 줄 수 있다. 반면 한국·일본·프랑스 등은 법정상속인의 유류분을 보장해줘야 한다.
생명보험도 변화, 보장 → 연금
가장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분야는 생명보험 산업이다. 가장의 조기 사망 시 유가족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설계된 전통적인 보장성 생명보험 상품은 매력을 빠르게 잃고 있다. 자녀가 없는 가구가 늘고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사망 리스크’보다 ‘장수 리스크’, 즉 너무 오래 살아 자산이 고갈될 위험이 더 큰 금융적 위협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미국 내 개인 생명보험 보유율은 2011년 63%에서 2024년 51%로 장기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는 보험 산업의 몰락을 의미하지 않는다. 부의 이전 구조 변화가 생명보험 산업의 구조적 변화도 촉발하고 있다. 장수와 의료비 걱정이 연금·건강보험 등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보험시장 리서치 기관인 림라(LIMRA)에 따르면 미국 연금 시장은 2024년에 전년 대비 13% 성장한 4341억 달러로 사상 최대 판매액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도 2230억 달러를 기록하며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브라이언 호지젠스 LIMRA 연구소장은 "경제 불확실성과 금리 상승 속에 원금이 보장되는 연금 상품을 통해 노후 소득을 확정하려는 수요가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스위스 재보험(Swiss Re) 연구소는 글로벌 생명보험 총수입보험료가 2025년 2.7%, 2026년 2.4%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며 산업 자체는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집’으로 연금 받는 시대
'상속할 사람이 없으면 살던 집도 노후 자금으로 쓰자'는 인식이 확산하며 역모기지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집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혹은 일정 기간 연금을 수령한 뒤 사후에 집으로 정산하는 금융 상품이다. '살아있는 동안 자산을 활용해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고령층 욕구와 맞물려 인기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국내 주택연금 가입자는 지난해 누적 13만 명을 돌파했다. 가입 연령도 평균 72세에서 점차 낮아지고 있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의 HECM(Home Equity Conversion Mortgage) 통계 역시 2022년 신규 역모기지 보증 건수가 전년 대비 30% 이상 급증했다. 스티브 카일 EPPARG(유럽연금자산방출협회) 사무총장은 “고령 인구의 폭증으로 기존 공적연금과 가족부양에만 의존하긴 어려운 만큼 내 집을 연금으로 바꾸는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전망했다. EPPARG와 EY가 올해 발표한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현재 연 170억 달러 규모인 전 세계 주택연금 시장은 오는 2035년에 560억 달러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카일 사무총장은 “세계 많은 나라들이 인구 고령화로 사회·경제적 부담이 지속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 해결책 중 하나가 안전한 주택연금 시장의 육성”이라며 “고령자가 평생 모은 주택자산을 노후 소득원으로 전환하면 독립적이고 안락한 노년을 보낼 수 있고, 경제 전반으로 보아도 소비 진작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선 어떤가
한국의 인구 구조는 미래의 모습을 미리 보여준다. 2023년 합계출산율 0.72명, 2025년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20% 돌파) 진입 예상, 초혼 신혼부부의 무자녀 비중 47.5% 등은 다른 선진국이 수십 년에 걸쳐 겪을 변화를 단기간에 압축한 결과다.

이런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공적 기관을 통해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운영하는 주택연금 제도가 대표적이다. 이는 민간 시장이 주도하는 미국과 달리, 국가가 신용을 보강해 안정적인 역모기지 상품을 공급하는 모델이다. 아직 전체 적격 가구 대비 가입률은 2% 넘지 못해 낮은 수준으로 낮다.


정부 주도로 주택연금 활성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작년부터 주택연금 가입 대상 주택가격 상한을 완화했다. 연금 수령액을 증액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다주택 고령자가 일부 주택을 처분하고 남은 한 채로 연금 가입 시 양도세를 유예해주는 세제 인센티브도 검토했다. 정부 관계자는 “주택연금은 고령층 노후 안전망이자 부의 지나친 대물림을 완화하는 장치로 활용될 수 있다”며 “공적연금 개혁과 맞물려 주택자산 활용을 촉진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 시장의 또 다른 핵심 변수는 유류분 제도다. 미국과 달리 유언의 자유가 제한되기 때문에 자선 기부나 펫 신탁과 같은 ‘유산의 분산’ 트렌드가 뿌리내리기 구조적으로 어렵다. 한국은 OECD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최고 50%, 최대 주주 할증 시 60%)로 인해 상속세 개편논의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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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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