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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기업이 中 영화 시장에 진출하려면
중국 영화 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다. 그러나 외국 자본이나 해외 제작사가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기엔 까다로운 법적 규제가 따른다. 중국은 엔터테인먼트·영화 분야에서 '외국인투자제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이 단독 또는 과반 지분으로 영화사를 세우거나 배급 사업에 뛰어드는 게 사실상 제한된다.외국 기업이 중국 영화 산업에 진출할 방안으로 '공동 제작' 방식이 있다. 공동 제작 영화로 승인받으면 일반 외국 영화보다 검열·배급 면에서 유리한 대우를 받는다. 법적으로도 '중국 국내 영화'로 분류돼 극장 스크린 편성이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유통 측면에서 유리하다.
한국과 중국 정부는 2014년경 「한-중 영화 공동제작 협정」(이하 한-중 협정)을 체결해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양국 합작 영화를 상호 자국 영화로 인정해 주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중국 당국은 여러 요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공동 제작 프로젝트로 승인해주고 있는데, 명확한 지침을 두고 있지 않아 실무적으로 상당히 혼선이 있을 수 있다. 단순히 투자 비율만이 아니라 시나리오(콘텐츠)와 인력 구성, 촬영 및 후반 작업 과정, 최종 결과물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공동 제작 영화'로 인정받는 게 '유리'
가. 시나리오 및 스토리 구성▷사전 각본 심의: 영화 제작 전 제작자는 시나리오 초안을 중국 관련 당국(중국영화합작제작공사·中??影合作制片公司·CFCC)에 제출해야 한다.
▷중국적 요소 반영: 중국 배우를 출연시키거나 중국 문화를 일정 부분 이상 반영할 것을 요구한다. 양국 모두에서 수용될 수 있는 스토리, 주제 등이 권장된다.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 중국 정부는 공산당 체제, 국가 주권, 민족 갈등, 폭력·음란 등의 주제를 다루는 작품을 매우 엄격히 검열하고 있다. 공동 제작 영화라 해서 예외가 되지는 않으므로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관련 사항이 고려돼야 한다.
나. 자본 투자 비율
한-중 협정을 비롯한 중외 합작 영화 지침은 중국 측이 일정 비율 이상의 투자금을 부담하거나 양쪽이 비슷한 수준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확한 비율은 프로젝트별로 다를 수 있으나 원칙적 가이드라인은 중국 측 지분이 30~40%를 넘는 것이다.

다. 인력(스태프·배우) 구성 요건
감독, 주연 배우 등 최소 1명 이상의 주요 스태프가 중국 국적이어야 한다. 중국인 배우·제작진이 차지하는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야만 공동제작 승인을 받을 수 있다. 한-중 공동 제작 영화는 한국 측과 중국 측이 각각 주·조연급 배우를 두루 맡는 경우가 많고 후반 작업도 일반적으로 양국에서 분산 수행한다.
라. 촬영지 및 후반 작업
주요 로케이션 일부를 중국에서 진행해야만 공동 제작 승인을 내주는 경우가 있다. 후반 편집, 컴퓨터그래픽(CG), 음향 작업 등도 일정 부분 이상 중국 업체나 스튜디오를 통해 진행하도록 권장되기도 한다.
사전 승인 후에도 중간 검열 거쳐야
공동 제작 영화로 최종 인정받기 위해선 '사전 승인→중간 점검(필요시)→최종 승인'의 세 단계를 거친다. CFCC가 공동 제작 신청을 접수·검토하며, 최종적으로 국가영화국(과거SAPPRFT, 현 NRTA) 등이 승인한다.가. 사전 승인(Pre-approval)
▷시나리오 초안 제출: 중국 측 파트너를 통해 CFCC에 각본과 제작 계획서를 접수한다.
▷기본 요건 검토: CFCC가 시나리오의 내용과 인력 구성, 투자 비율 등을 검토한 뒤 문제가 없을 경우 '사전 승인'을 부여한다.

나. 중간 점검(제작 진행 중 검열)
승인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실제 촬영이 진행되면서 내용이 변경되거나 중국 내 로케이션에서 정부나 지방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럴 땐 단계별로 중국 지역 정부로부터 촬영 허가를 받고 안전 규정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배우·스태프에 대한 고용 신고 등을 적법하게 이행해야 하며, 중요한 내용이 바뀌면 심의 기관에 다시 보고해야 한다. 무단으로 시나리오를 수정하면 최종 승인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다. 최종 승인
모든 촬영과 후반 작업이 완료되면 최종 버전을 검열기관에 제출해 영화 상영 허가증(??, 일명 '드래곤시퀀스')을 받아야 한다. 공동 제작 영화로 최종 승인되면 일반 외국 영화와 구분되는 중국 국내 영화로서의 혜택을 누리게 된다.
스크린 수 우대…콘텐츠 검열도 덜 까다롭게
이런 절차를 모두 거쳐 공동 제작 영화로서 승인을 받아내면 외국 기업은 여러 법·행정적 제약을 면제·완화 받을 수 있다.▷배급 및 스크린 수 우대: 외국 영화 상영 쿼터와 무관하게 배급할 수 있다. 스크린 상영 횟수와 개봉 시기도 비교적 자유로워지게 된다.
▷외국인 투자 지분 제한 완화: 한국 기업이 비교적 큰 지분을 차지하거나 주요 의사 결정권을 확보할 수도 있다. 다만 구체적인 건 중국 쪽 파트너와의 계약에 따른다. 파트너가 50% 이상의 지분을 요구하거나 실질적 통제권을 행사한다는 조건을 내거는 경우가 많다.
▷콘텐츠 검열 합리화: 중국에서 해외 영화는 까다로운 심의를 받는다. 공동 제작 영화로 인정받으면 현지 파트너가 검열 당국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원활한 소통을 기대할 수 있다.
▷한계 및 리스크: 공동 제작 영화라 해도 최종적으로 검열 실패(즉, 상영 불허)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다. 최종 승인을 위해선 시나리오 수정, 중국 국적 배우·스태프 고용, 제작 방식 등 중국 측 요구 사항을 들어주는 데 따른 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창작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가장 위험한 건 투자금 회수, 지식재산권(IP) 귀속 문제, 흥행 실패에 따른 손해배상 등으로 중국 쪽 파트너와 분쟁이 생길 가능성이다. 치밀한 사전 협상을 통해 이를 최소화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中파트너와 계약시 유의할 점들
중국 쪽 파트너와 계약 관계를 설정할 땐 다음을 유의해야 한다.▷IP 귀속 조항: 일반적으로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귀속 문제를 뜻한다. 계약 단계에서 시나리오 저작권, 저작인격권, 이차적 저작물 생성 권한, 음원(OST) 권리 등의 귀속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투자 분담·비율: 중국 정부가 요구하는 비율을 충족시키되 한국 측 투자금과 중국 측 투자금의 지출 스케줄, 회계 검증 절차를 정확히 합의해둬야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수익 분배: 극장 수익, OTT 판권, 해외 배급 수익(한국 포함) 등에 대한 분배 구조를 사전에 설계해야 한다.
▷행정 업무 처리: 공동 제작 영화라 하더라도 중국 측 법인을 통해 촬영 허가, 배우 고용, 제작 신고 등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게 효율적이다. 단, 이를 전적으로 중국 쪽 파트너에게 위임하면 권한 남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적절한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
▷사전 검열 대응 체계 구축: 시나리오 초안 단계에서부터 중국 당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소재나 표현을 미리 파악하고, 수정 의향을 유연하게 유지해야 한다. 불필요한 정치·종교·군사적 표현이 삽입돼 불허 판정을 받으면, 투자금을 전혀 회수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제작·개봉 일정 관리: 전국인민대표대회, 당대회, 국경절, 춘절 등 중국의 큰 정치 이벤트 기간에는 영화 내용에 대한 검열과 상영 일정 통제가 엄격히 이뤄질 수 있다. 개봉 시점 예측이 어려워질 수 있으니 일정을 처음부터 탄력적으로 수립한 뒤 협상 단계에서 개봉 시점의 결정 권한을 어떻게 배분할지 명시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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