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를 부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태양광·풍력 등 청정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중지해 관련 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의 줄폐업, 전기요금 인상 등의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다. 재생에너지 규제에 따른 전력망 불안으로 미국이 주력하고 있는 인공지능(AI)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올 들어 두 번째로 내린 대형 해상풍력 중단 명령이다. 지난 4월 노르웨이 에너지업체 에퀴노르의 뉴욕 인근 프로젝트를 전격 중단시켰다가 한 달 뒤 철회한 바 있다. 재생 에너지 업계는 “미국이 더이상 안전한 투자처가 아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규제 정책으로 올해 취소된 미국 재생에너지 개발사업 규모는 186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전체 사업 취소 규모(8억2700만달러)의 22배가 넘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기후변화를 불신하며, 재생에너지에 부정적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지난 1월 취임 이후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각종 세액공제와 보조금, 대출 제도를 폐지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풍력·태양광이 “세기의 사기극”이라고 비판하며, 앞으로 관련 사업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자신의 SNS에 재생에너지를 비판하면서 “전력 수요가 최정점일 때 전력을 공급하지 않으면 전력망에 기생(parasite)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썼다.

업계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이같은 정책이 초래할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다. 재생에너지 개발업체인 아레본과 아반투스, 엥지 노스아메리카 등 주요 재생에너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정부가 토지 허가를 차단하면 전력망 불안정과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기업 ‘아레본’의 케빈 스미스 CEO는 “재생에너지가 막히면 전력망 확충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며 “중소 제조업체와 가계가 전기요금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FT는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은 미국이 인공지능(AI) 혁명으로 치솟는 전력 수요를 맞추는 데 고전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을 위한 비용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미국은 태양광 발전을 위해 지난해 130억달러 규모의 태양전지를 중국을 비롯해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으로부터 수입했다. 결국 파산하는 에너지 기업들도 쏟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 내 11개 그룹이 파산 신청을 했다.
미국 산업계에선 AI를 가동할 에너지 수요는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미국이 재생에너지 분야를 돌이킬 수 없이 망가뜨릴 위험을 무릅쓰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공익센터의 에너지정책 분석가 아브바잇 아런은 “재생에너지는 데이터센터 개발업체들의 일정에 맞춰 1∼2년 만에 건설돼 연결될 수 있다”며 “재생에너지를 무시한다면 방정식의 핵심을 놓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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