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진 골목 상권을 걸어가던 중 처음 본 할아버지가 한 청년을 불러세우며 '커피 한 잔만 사줄 수 있나'고 말을 건네왔다.
자신을 보며 손짓하는 할아버지를 본 A 씨는 순간 멈칫했다.
그런데 이는 바로 앞 무인카페에서 커피 좀 대신 주문해달라는 요청이었다.
A 씨가 매장에 들어가 보니 안에는 할머니가 앉아계셨다. 이들은 아메리카노를 한 잔씩 드시고 싶었지만 키오스크 주문이 익숙지 않아 계산을 못 하고 있었던 것. 몇 분간 키오스크 기계와 씨름을 했지만 카드를 어디에 넣어야 할지 몰라 끝내 커피를 마실 수 없었다고.
할아버지는 A 씨에게 카드를 건네며 '자네도 한 잔 마시게'라고 권했다. A 씨가 키오스크 결제 방법을 알려드리자 '아 그걸 몰라서 내가 못 했네'라며 연신 고마워했다.
A 씨는 "키오스크가 있는 매장들을 가끔 보다 보면 어르신들이 헤매고 있는 걸 가끔 볼 수 있다"면서 "먼저 다가가 '안 되시면 도와드릴까요'라고 말한다. 30년 뒤 나도 똑같은 도움을 받을 상황이 생길 수 있지 않나"라고 전했다.
지난해에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꽃집에서 돈을 내지 않고 꽃다발을 가져간 할아버지의 사연이 화제가 됐다.
당시 경남 진주의 한 꽃집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새벽 무인 매장에 모자 쓴 할아버지께서 결제도 없이 그냥 꽃다발을 가져가셨다"며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오전 6시쯤 매장을 찾은 한 할아버지는 꽃집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꽃을 고른 후 결제하지 않고 꽃다발 한 개를 집어 들고 가게를 빠져나갔다.
하지만 약 3시간 후 꽃집을 다시 찾은 할아버지는 직원에게 돈을 건네며 결제 방법을 몰라 일단 가져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고 보니 이 매장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는 직원이 있지만 나머지 시간엔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었던 것.
할아버지는 "할머니 생일이라 꽃을 주고 싶었는데 결제 방법을 몰라 그냥 가져갔다"며 "본의 아니게 돈을 안 내고 가져가 죄송하다"고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꽃집 사장 B씨는 "직접 문 여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돈을 주러 오신 게 감동적인데 안타깝기도 했다"면서 "키오스크가 어려우실까 봐 계좌이체도 가능하다고 적어놨지만 어르신들은 이것도 힘들어하신다"고 설명했다.
네티즌들은 "우리 아버지 같아서 눈물이 난다", "우리 엄마도 햄버거 드시러 갔다가 키오스크 사용법을 몰라 힘들어하셨다", "키오스크 결제가 좀 더 단순화되면 좋겠다", "젊은 나도 뒤에 2~3명 대기자 있으면 긴장돼서 버벅거리게 된다"며 공감했다.
한편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2022 디지털정보 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60대의 디지털 정보화 역량 수준은 전체 평균의 56.7%, 70대 이상은 34.6%로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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