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 5대 의제'에 대해 공식 입장을 표명하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외부 전문가가 판사를 평가하는 법관평가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민주당 국민중심 사법개혁 특별위원회(사개특위)는 지난달 27일 △대법관 수 증원을 통한 상고심 적체 해소 △대법관 추천위원회의 다양성 확대 △법관평가제도 개선을 통한 공정한 인사 시스템 구축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을 통한 기본권 보장 등 5대 사법개혁 법안을 9월 첫째 주 일괄 발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사진)은 1일 오후 법원 내부망(코트넷) 법원장 커뮤니티에 올린 '사법개혁 논의와 관련해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는 민주당 '국민중심 사법개혁 특별위원회'에 법원행정처가 제시한 의견을 각급 법원장들과 공유한 것이다.
천 처장은 대법관 수 증원론과 관련해 "대법관 수를 과다하게 증가시키는 개정안은 재판연구관 인력 등 대규모 사법자원의 대법원 집중 투입으로 인해 사실심 약화의 큰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예산과 시설 등의 현실적 문제도 제기했다고 전했다.
가장 강한 반대 의견을 나타낸 것은 법관평가위원회를 통한 법관평가제도 변경 방안이다. 천 처장은 "외부의 평가와 인사개입을 통해 법관의 인적 독립과 재판의 독립이 침해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는 사법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법관사회에서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에 대해서는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천 처장은 "국민들의 사법정보 접근성 제고를 위하여 과거 판결문에 대한 공개를 확대하는 데 적극 찬성한다"고 밝혔다.
다만 "미확정 형사판결의 경우에는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지장을 줄 우려가 있어 입법정책적으로 공개를 결정하더라도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조건을 달았다.
천 처장은 민주당의 사법개혁 추진 과정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종래 범국가적 사법개혁 논의의 과정에 비춰 볼 때 사법부 공식 참여의 기회 없이 신속한 입법추진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례적인 절차 진행이 계속되고 있는 비상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조만간 전국 법원장 회의를 소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천 처장은 각급 법원장들에게 "각 의제들에 대해서 소속 법관들의 의견을 널리 수렴해 달라"고 요청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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