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올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길을 걷다 보면 아이보다 노인이 더 많이 눈에 띄어 초고령·저출생 사회 진입이 그 어느 때보다 피부에 와닿는다.이처럼 전례 없이 빠르게 늙어가는 사회가 되면서 저출생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경제 성장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2010년대 3.1%에서 2020년 이후 2.1%로 낮아졌고 최근에는 1%대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저출생·고령화·저성장은 우리 사회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외생변수가 됐으며, 성장사회를 축소사회로 바꾸는 주요 요인이다.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제시하는 축소경제에 이미 진입했을지 모른다.
축소경제의 특징은 무엇일까. 경제학적으로 보면 저성장으로 소득 증가율이 낮아지면서 소비와 투자가 위축돼 경제 활력이 크게 떨어진다. 사회 전체가 나눠 가질 1인당 파이 크기가 과거에 비해 작아진다. 자금 유입과 이탈 지역이 명확하게 나뉘며 쏠림 현상이 심해진다. 서울과 수도권으로 경제권이 집중되면서 지방 공동화 현상이 심해지고 부동산시장은 양극화한다.
고령층 부양 부담이 커지며 민간 경제 주체뿐만 아니라 정부의 재정 부담도 불어난다. 특히 인구구조 변화로 소수의 젊은 세대가 다수의 고령층을 부양해야 하기 때문에 세대 간 갈등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에 대한 세대별 인식 차이, 청년실업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축소사회로 갈수록 사회적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반면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디지털 기술은 우리가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디지털 시대로 전환하면서 챗GPT, 스테이블코인 등이 일상생활에 침투했고 오랜 세월에 걸쳐 구축된 사회 구조를 급격하게 흔들고 있다. 축소경제에서는 기술 혁신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술 연구개발(R&D) 투자 확대가 중요하다.
이제 우리 경제의 성장 방정식도 달라져야 한다. 전통 경제학은 노동(L), 자본(K), 기술 혁신을 3대 생산 요소로 보는데, 주어진 자본하에서 노동이 줄면 기술 발전을 통한 생산성 증대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형성된 부채 의존적 성장 모델은 축소경제에 적합하지 않다.
많은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한국은 축소사회로 변했고, 사회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인식은 있었지만 해결책은 찾지 못했다. ‘잃어버린 30년’을 겪은 일본을 연구했지만 해결책을 찾는 데 한계가 있었다. 더 늦기 전에 정부, 기업, 가계 등 모든 경제 주체가 함께 축소경제에서 벗어나 지속할 수 있는 성장 모델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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