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의 관세정책 등 여파로 지난달 한국의 대미 수출이 1년 전 동기보다 12.0% 줄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약 5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향후 미국 정부가 한국의 최대 수출 상품인 반도체에도 품목관세를 매긴다면 한국이 받는 충격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코로나19 이후 첫 두 자릿수 하락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 전체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8% 증가한 584억달러였다.
대미 수출은 87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0% 감소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미국이 ‘셧다운’된 2020년 5월(-29.4%) 이후 5년3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대미 수출이 ‘80억달러대’로 줄어든 것도 2023년 8월(89억달러) 이후 처음이다.
올해 들어 대미 수출은 월별로 오락가락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시점인 지난 1월엔 9.5% 감소했지만 이는 상대적으로 휴일이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미국이 3월 철강, 4월 자동차 품목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이후인 5월(-8.1%)과 6월(-0.5%)에 감소세를 보였지만 그 외 시기에는 오히려 전년 동기보다 나았다. 반도체·전자제품 수출이 호조를 보인 영향이었다.
올 들어 대미 수출이 10% 넘게 감소한 건 지난달이 처음이다. 7월 말 관세 협상 타결 직후 실적이 반영돼서다. 25% 품목관세를 물어야 하는 자동차 수출이 3.5% 감소했다. 자동차 부품 수출(-14.4%)은 더 큰 영향을 받았다. 관세 50%가 부과되는 철강은 32.1%나 줄었다. 대미 수출도 올 들어 8월까지 812억달러로 지난해 동기(845억달러)보다 4.0% 감소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관세로 교역 조건이 나빠져 대미 무역 자체가 위축되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아세안(11.9%)과 대만(39.3%) 수출이 대폭 늘면서 대미 수출 감소세를 만회했다. ‘인공지능(AI) 서버’ 투자가 지속돼 중간재인 반도체가 전체 수출을 방어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151억달러(27.1%)로 월간 기준 최고액(6월 150억달러)을 2개월 만에 경신했다.
◇자동차 품목관세도 불확실
자동차도 대미 수출을 빼면 유럽연합(EU)으로 전기차·하이브리드차 수출이 늘면서 8월 역대 최대 수출(55억달러·8.6%)을 올렸다.전문가들은 올해 남은 수출길이 험난하다고 경고한다.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반도체 품목관세를 예고했고, 철강 품목관세 대상에 파생상품도 속속 추가하고 있어서다. 미국이 최근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명단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을 제외해 향후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됐지만 합의 사항이 그대로 지켜질지도 불확실하다. 미국은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품목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문서화’를 차일피일 미뤄 한국산 자동차엔 25% 품목관세를 계속 부과하고 있다. 한국이 지난해 올린 무역 흑자 518억달러 중 대미 자동차 수출이 325억달러로 전체의 63%에 달했다.
자동차 관세 인하가 지연되면 전체 무역수지에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관세를 최대한 미국 소비자가에 전가하지 않고 버티던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앞으로 판매 가격을 높이면 현지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미국 관세 조치 영향이 큰 후방 중소, 중견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수출산업 지원 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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