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사진)은 법원 내부망(코트넷)에 ‘사법개혁 논의와 관련해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안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민주당 ‘국민중심 사법개혁 특별위원회’가 지난달 말 대법관 증원(14명→30명)을 통한 상고심 적체 해소, 대법관 추천위원회의 다양성 확대, 법관 평가 제도 개선을 통한 공정한 인사 시스템 구축,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을 통한 기본권 보장 등 5대 개혁안을 이달 첫째 주 일괄 발의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사법부 차원에서 나온 첫 반응이다.
천 처장은 가장 논란이 된 대법관 증원과 관련해 “재판연구관 인력 등 대규모 사법 자원을 대법원에 집중적으로 투입시켜 사실심이 약화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법관평가위원회 등을 통한 법관 평가 제도 및 인사 시스템 변경에 대해선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외부 평가와 인사 개입으로 법관과 재판의 독립이 침해되는 건 사법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천 처장은 민주당이 충분한 사법부 의견 수렴 없이 독자적으로 개혁을 추진하는 데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종래 과정에 비춰보면 사법부가 참여할 기회 없이 입법 절차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진행되는 비상한 상황”이라며 조만간 전국 법원장 회의를 소집하겠다고 했다.
대법원은 민주당 조국혁신당 사회민주당 등 범여권 의원 115명이 공동 발의한 ‘12·3 비상계엄의 후속 조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내란특별법)에도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천 처장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헌법상 사법권은 사법부에 귀속돼 있고 국민에겐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헌법 27조)가 보장된다”며 “국회 등 외부 기관이 특별재판부 법관 임명에 관여하면 사법의 독립성, 재판의 객관성·공정성에 시비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이미 기소된 형사 사건에 대한 법관 지정, 진행 중인 사건의 이관 등은 헌법 27조를 정면으로 위반한다는 게 대법원 입장이다. 천 처장은 반민족 행위자 처벌을 위한 특별재판부, 3·15 부정선거 행위자 특별재판부 등 과거 존재한 특별재판부들이 “당시 헌법에 근거했다”는 점을 들어 “어떤 경우에도 헌법에 정해진 사법부 독립은 존중돼야 한다는 게 역사적 교훈”이라고 했다.
내란특별법은 국회와 판사회의, 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후보자를 추천하고 이 중 대법원장이 특별재판부 소속 법관과 영장 전담 법관을 임명하도록 했다. 천 처장은 “피고인들이 (특별재판부 재판이) 위헌적이라고 주장하면 헌법재판소 판단을 거쳐 역사적 재판의 결과가 무효가 될 수도 있다”며 “매우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는 내란특별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국회에 공식 제출했다.
장서우/허란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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