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열리는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하기 위해 전용열차 편으로 1일 베이징으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6년8개월 만에 중국을 방문하는 김정은은 냉각된 북·중 관계 복원을 추진하고 러시아와의 협력도 강화하는 등 활발한 외교 활동을 펼칠 전망이다.
대북 소식통은 이날 “김정은이 오늘 오후께 전용열차 편으로 출발해 이동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용열차는 신의주~단둥~베이징 노선을 따라 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에서 베이징까지 열차로 20~24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열차는 밤사이 북·중 국경을 통과해 2일 베이징에 도착할 전망이다.
김정은은 2018년 3월 첫 방중 이후 네 차례 중국을 방문했다. 첫 방중 때와 마지막으로 중국을 찾은 2019년 1월에 전용열차를 이용했다. 2018년 5·6월 방중 땐 전용기인 ‘참매 1호’를 탔다.
김정은은 전승절 당일인 3일 톈안먼 망루에 올라 열병식을 참관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크렘린궁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왼쪽에는 김정은이 자리한다. 북한 수행단에는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최선희 외무상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아내 리설주와 딸 김주애의 동행 여부도 주목된다.
美협상 앞두고 공조 논의 가능성…열병식 때 習·푸틴과 나란히 설 듯
김정은은 2일 오후께 베이징에 도착해 일정을 소화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등과 각각 만남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중·러 3국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한다. 김정은은 3일엔 시 주석, 푸틴 대통령과 베이징 톈안먼 망루에 나란히 올라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를 지켜볼 예정이다.
김정은은 시 주석과 만나 식량 및 물자 원조 등을 놓고 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중국에 쌀, 의료장비, 약품 등의 수출 또는 원조를 요청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중국은 최근 경제 전문가 등 수십 명을 평양에 파견한 사실이 포착되는 등 북한과 협력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북한은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행사 재원 마련과 올해 개장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관광객 유치 등에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첫 다자외교 무대에 나선 것은 다양한 정치적 노림수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과의 협상을 앞두고 중국·러시아와 공조 방안을 논의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의 회담이 열리면 북한이 참전한 우크라이나 전쟁 향방과 러시아 입장이 중요 변수가 될 수 있어서다. 미국과 대립하는 중국과 북한이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공조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냉전 이후 처음으로 북·중·러 최고지도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 자체로 미국과 한국, 일본 등을 상대로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미도 있다는 평가다. 김정은이 반미 성향인 이란과 쿠바, 파키스탄, 벨라루스 등과의 연대를 모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김정은은 중국으로 출발하기 전날인 지난달 31일엔 미사일 제조공장을 시찰했다.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미사일 생산 능력을 과시해 몸값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평가된다. 이날 공개된 사진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방문한 군수 공장은 중·단거리 미사일인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로 불리는 ‘화성-11’ 계열 미사일의 기본·개량형을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모두 전술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모델이며, 러시아에 지원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된 것과 동일한 미사일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미사일 공장 방문 행보는 일종의 ‘무력 시위’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주변국에 핵 공격을 가할 수 있는 무기 생산 능력을 드러냄으로써 한·일을 압박하고, 미국과의 협상에서 핵과 미사일을 단념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는 해석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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