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니상 수상작인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을 쓴 박천휴 작가가 2일 이 작품이 K뮤지컬을 대표하는 작품인지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한국뮤지컬협회 주최 '뮤지컬 포럼 2025'에서다.
그동안 평단에선 지난 6월 미국 공연예술계 최고 권위의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6관왕을 거머쥔 '어쩌면 해피엔딩'이 K뮤지컬을 대표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한국 국적의 박천휴 작가와 미국 국적의 윌 애런슨 작가 ·작곡가가 2014년 우란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한 작품이다. 2016년 국내 초연 이후 지난해 11월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현지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박 작가는 K뮤지컬에 대한 정의는 관객들이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 상품의 정체성은 소비자들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창작자는 자신의 정체성대로 부지런히 작품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적으로 성공한) K팝도 '이것이 K팝이다'라고 정의한 게 아니지 않냐"며 "사람들이 많이 들어주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특질이 생긴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창작자는 나라를 대표하는 운동선수와 다르다"며 "마음에서 우러나온 내 이야기와 정서를 관객이 온전히 받아주는 게 창작자로서의 유일한 기쁨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억지로 K뮤지컬을 정의하며 자라나는 싹을 짓밟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나치게 높은 뮤지컬 티켓 가격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그는 "철없는 소리일 수 있지만 내가 쓰는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와서 보는 시장이 됐으면 좋겠다"며 "높은 티켓 가격에 의존하는 시장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창작자로서도 고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지원을 통해 학생들에 대한 할인 티켓 지급 등이 이뤄지면 좋을 것 같다"며 "티켓 문제가 관객의 아우성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시스템 안에서 논의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지역 극장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소신도 밝혔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한 가지 놓치고 있다고 생각한 게 지역 극장의 활성화 문제에요. '어쩌면 해피엔딩'의 트라이아웃(시범공연)을 애틀랜타에서 했는데 뉴욕에서 비행기로 4시간 정도 거리였거든요. 한국에선 땅끝마을에서 공연해도 접근성이 좋잖아요. 도시마다 크고 작은 극장이 있기 때문에 너무 서울 안에서만 하려고 하지 말고 지역 극장을 다양하게 활성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날 포럼에는 이성훈 쇼노트 대표, 김유철 라이브러리컴퍼니 본부장, 박은태 뮤지컬 배우, 고희경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장, 최승연 뮤지컬 평론가 등이 참석해 한국 뮤지컬 산업의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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