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고등법원 형사14-1부(박혜선·오영상·임종효 고법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 최후 진술에서 “검찰은 특정인을 기어코 응징하고자 작정하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진실을 외면한 채 그 목적에 모든 것을 꿰맞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을 두고 “한 검사가 검찰 조직을 떠나며 ‘검찰은 마음만 먹으면 흑을 백으로 바꿀 수 있다’는 말을 남겼는데, 이보다 더욱 적절한 표현은 없을 것”이라고 비유했다.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은 수없이 많은 검사를 동원해 법원 내부 자료를 송두리째 가져가고, 단서가 있든 없든 법원 구석구석을 먼지털기식으로 뒤졌다”며 “목적 달성을 위해 극도의 왜곡과 과장, 견강부회식 억지로 진실을 가리고 대중을 현혹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많은 판사가 모욕적인 수사를 받았고, 고분고분하게 응하지 않은 몇몇 이는 그 대가로 재판에 넘겨지는 곤욕을 겪었다”며 “흑을 백으로 만드는 전형적인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항소 이유서에서 “아무런 근거도 없이 (1심) 재판부의 인격과 자세를 원색적으로 폄훼하고 공격적인 언사를 했다”고도 짚었다. 그는 “원심 재판부에 대해 참지 못할 정도의 모욕적 언사가 비일비재하고, 검찰에 협조하지 않는 사람은 ‘법꾸라지’라며 저급한 용어로 욕설했다. 실체적 진실이나 올바른 법리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목표 달성만 지상 과제로 삼는 검찰의 내면이 적나라하게 표현된 것”이라며 “이에 대한 검찰의 성찰이 없는 점이 참 슬프다”고 했다.
기소 후 약 4년11개월 만인 작년 1월 1심 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사법 행정권자였던 그에겐 재판에 개입할 직무상 권한이 없기 때문에 이를 남용했다는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범행에 공모한 혐의를 받는 고영한(11기)·박병대(12기) 전 대법관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290차례 공판을 거쳐 나온 판결문의 분량은 3200쪽에 달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징역 7년을 구형하며 “(피고인이) 전직 대법원장이기 때문인지 공모 관계 등을 유독 엄격하게 판단했다”며 법원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법원 자체 조사에서도 (피고인의) 행위 다수가 사법행정권 남용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오는 11월 26일 이 재판 선고를 예고했다. 2심에서도 무죄가 나오면 검찰권 남용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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