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말차(MATCHA·분말 녹차)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음료 프랜차이즈가 앞다퉈 말차를 활용한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말차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반면 한국의 녹차산업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각종 규제와 보호 관세 때문에 산업 성장이 멈춰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진 결과다.

일본의 녹차는 고성장세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녹차 수출액은 364억엔(약 3420억원)으로 전년 대비 24.7% 급증했다. 사상 최대치로 한국 녹차 수출액의 17배에 이른다. 올해는 수출액이 465억엔(약 4370억원)에 달해 한국과 격차가 20배 넘게 벌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녹차 수출액의 대부분은 말차 수출액이다.
말차는 녹차의 분말 형태를 일컫는데 제조 방식이 약간 다르다. 녹차는 수확할 때까지 햇빛을 받아 재배하고 잎을 수확해 건조한다. 말차는 수확 2~3주 전부터 햇빛을 차단해 그늘 재배한 뒤 가루 형태로 만든다. 쓴맛은 줄이고 감칠맛을 높이기 위한 공정이다. 녹차보다 재배 과정이 복잡하고 제조 공정이 추가되기 때문에 가격이 더 비싸다.
말차가 커피를 대체할 음료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범용성’이다. 간편하면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스타벅스, 폴바셋 등이 다양한 음료 메뉴에 적용하는 것도 가루 형태기 때문이다. 녹차보다 쓴맛이 덜한 것도 말차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말차 시장 규모는 2023년 43억달러(약 6조원)에서 연평균 7.9%씩 증가해 2030년 74억3000만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그사이 한국의 녹차 시장은 규제와 보호 안에 갇혀 있었다. 재배지의 경사도까지 규제했다. 녹차는 통상 경사지에서 재배하는데 작년까지 녹차 재배지의 평균 경사도는 25도 이하였다. 그나마 올해 30도로 완화했다. 이런 규제 탓에 국내 녹차 농가는 대형화하지 못했다. 대부분 영세하다. 말차 생산을 위해 차광시설에 투자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일본에선 사전 신고하면 녹차의 건강상 효능을 광고할 수 있다. 한국에선 광고법상 어렵다. 녹차 추출물인 카테킨은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건기식으로 신고해야만 효능을 표기할 수 있다. 마케팅이 어렵다 보니 시장이 크지 못했다. 일본에서처럼 대기업과 산지가 협업해 산업을 성장시키는 구조도 만들지 못했다.
국내 녹차산업엔 치열한 경쟁도 없었다. 한국은 일본 녹차로부터 한국 녹차산업을 보호하고자 513%의 고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일본의 녹차 수입 관세는 17%다. 관세를 통해 단기적으로 국내 생산자를 보호했지만 결과적으로 과보호 속에서 산업 발전을 막은 꼴이 됐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규제 울타리만 쳐놓고 손 놓고 있는 사이 일본은 차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해 연구개발, 품종 개량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한국은 ‘제2의 커피’가 될 수도 있는 글로벌 녹차 시장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