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미국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일부 농가에서 인력 부족으로 수확하지 못해 작물이 밭에서 썩는 일이 일어났다. 캘리포니아 벤투라?센트럴밸리 일대에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들이닥친 뒤 노동자들이 출근을 꺼리면서 제철 농산물이 수확되지 못해서다.
캘리포니아 뿐 아니라 텍사스도 ICE의 단속 여파로 노동자들이 결근이 늘면서 작업이 멈춘 사례가 이어졌다. 주 농무장관과 공무원들도 노동력 공백이 생산 차질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ICE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을 급습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이 미국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더 심화시킨다는 문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대규모 추방이 노동력의 위기를 만든다’는 제목으로 “미국 노동시장은 지금 120만 명의 노동자가 부족하다”며 “이는 이 나라에서 이민자를 몰아내기 위해 벌어진 가장 가혹하고도 공격적인 캠페인의 결과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이거나 부적격한 이민자를 몰아내면 황금기가 올 것이라고 약속지만 현실은 그 반대라고 설명한다. 이민자 노동은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고령화하는 국가의 인력 부족을 메운다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고용지표에선 이민자들의 노동력이 필요로 하는 제조업 운송업 등에서 고용이 악화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미 노동통계국(BLS)이 5일(현지시간) 발표한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8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는 전월 대비 2만2000개 증가했다. 실업률은 4.3%로, 202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는 7만5000개 증가와 4.3%였다.
세부적으로 보건 분야에서 3만1000개 일자리가 늘었지만, 연방정부(-1만5000개), 광업·채석·석유·가스 채굴(-6000개), 제조업(-1만2000개)에서 감소했다. 특히 운송장비 제조업은 파업 여파로 1만5000개 일자리가 줄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총합건설업협회(AGC)는 8월, 인력난이 이제 프로젝트 지연의 주요 원인이 되었고, 업체의 92%가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고했다. 설문 응답자 중 28%는 이민 단속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뉴욕주에서 건설업을 하는 안드레아 마르셀리노씨는 “이민자들 인력이 부족해서 계약한 주택 건설 기간이 2~3배 늘어나고 있다”며 “이미 나오기로 한 이민자들도 단속을 우려해 갑자기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많아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이민자는 미국 노동력의 약 20%를 차지한다. 농업·어업·임업 종사자의 약 45%, 건설 노동자의 30%, 서비스업 노동자의 24%가 이민자다. 보건 산업에서는 가정간호 도우미의 거의 3분의 1, 요양시설 노동자의 5분의 1 이상이 이민자다.
지역 정치인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과도한 이민 단속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미국 이민당국의 현장 단속이 자동차·배터리 업계를 넘어 식품·스낵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어서다. 뉴욕 카토에 위치한 스낵바 제조공장 ‘뉴트리션 바 컨펙셔너스’에서는 5일 연방 요원들이 예고 없이 들이닥쳐 근로자들을 식당으로 모은 뒤 체류 신분을 확인했으며, 수십 명을 현장에서 연행했다. 회사는 약 230명을 고용 중으로, 현지 이민·농촌 단체는 50~60명이 구금 상태라고 전했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와 지역 정치권은 강압적 집행과 가족 분리 우려를 제기했다. 생산 차질 역시 불가피할 전망이다. 네브래스카 오마하의 글렌 밸리 푸즈에서는 6월 단속으로 약 74~76명이 체포되면서 남은 인력이 크게 위축됐고, 생산능력이 평소의 20% 안팎으로 떨어졌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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