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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자-포퓰리즘' 악순환…국가부채 위기 우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입력 2025-09-07 16:43   수정 2025-09-08 00:43

선진국 국채 시장이 심상치 않다. 유럽 재정위기 이후 14년 만에 이례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주에는 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운명이 걸린 일정이 예정돼 있다. 결과에 따라 또 한 차례 격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의 발단은 권력욕이 강한 통수권자의 ‘재정 지배’(fiscal dominance) 때문이다. 이 용어는 몇몇 나라가 재정을 마구 늘리면서 그에 대한 규제와 중앙은행의 견제를 줄이려고 하자 국제통화기금(IMF)이 경고한 데서 비롯했다. 갈수록 심해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앙은행(Fed) 흔들기가 재정 지배의 대표적인 예다.

재정 지배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부채의 화폐화’다. 최근처럼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여건에서는 국채를 민간에서 소화하기 어렵다 보니 중앙은행이 사줘야 한다. 포퓰리즘 성향이 강한 통수권자일수록 이 방안의 유혹이 더 강해진다.

중요한 것은 통수권자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No’(아니다)다. 영국의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통수권자가 더 강하게 중앙은행을 지배하려고 하는 ‘재정적자-포퓰리즘 간 죽임의 악순환 고리’(deficit-populism doom loop)가 형성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수권자와 재정당국이 각종 규제를 무시하고 중앙은행까지 지배하면 물가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시장에서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이후 선진국의 기대 물가 상승률이 계속 뛰는 것도 이 때문이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통화정책에서 금리를 내리고 재정정책에서 지출을 늘리면 물가가 말이 뛰는 식으로 올라갈 것이라는 ‘캘로핑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시각이 부쩍 많아졌다.

국채 발행을 통한 재정 확대가 경기에 미치는 효과도 의문시된다. 케인스의 재정지출 승수효과를 보면 1930년대 대공황 당시에는 3배를 웃돌았으나 최근에는 1배 안팎으로 떨어졌다.

오히려 선진국처럼 국채 부채가 위험수위를 넘은 여건에서는 국채 발행에 따른 구축효과로 물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경기가 침체하는 ‘재정 긴축’(fiscal stagnation)이 나타날 확률이 높다.

정책 수용층인 국민은 더 어려워진다. 재정 지배로 물가가 올라가고 경기가 침체해 소득이 줄고 실업자가 늘어나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경제 고통은 심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이후 트럼프 정부의 경제 성과 평가 잣대인 경제고통지수(MI=물가 상승률+실업률)는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국채 투자자도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인다. 최근처럼 기준금리 인하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국채 투자를 늘려도 재정 지배로 국채금리가 올라가면 오히려 손실이 난다. 국채 투자 성과는 ‘보이지 않는 정책금리’가 아니라 시장에서 형성된 ‘보이는 국채금리’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재정 지배의 궁극적 모습은 어떻게 될 것인가. 케네스 로코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달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재정이 불안하고, 금리가 높으며, 정치가 마비돼 있고, 충격이 오는데 위정자가 느끼지 못할 때 부채 위기가 온다는 4단계론을 제시하며 지금 선진국은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현시점에서 선진국에 가장 필요한 것은 재정의 지배나 단순한 긴축이 아니라 ‘건전화’(fiscal consolidation)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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