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에서 다시 한번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불공정거래 근절과 내부통제 강화를 거듭 주문하며 금융투자업계의 책임 있는 역할을 촉구하면서도 최근 금융감독 체계 분리와 관련한 우려에 대해산 말을 아꼈다.
8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이번 간담회는 은행, 보험사, 저축은행과의 만남에 이어 열린 네 번째 업권 간담회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을 비롯해 26개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CEO들이 참석했다.
이 원장은 이 자리에서 "자본시장은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만큼 시세조종, 불법 리딩방 등 불공정거래 행위의 근절이 필요하다"며 금융투자사들이 '휘슬블로어(Whistle Blower)'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임직원이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가족에게 권하기 어려운 상품은 판매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자 원칙"이라며 불완전판매를 원천 차단해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CEO가 상품의 설계부터 판매, 운용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사전 예방적 투자자 보호 문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 원장은 내부통제 책임이 결국 CEO에게 있다는 점도 상기했다. 그는 "단기 성과를 위해 내부통제의 사각지대를 만드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며 "금융사고가 발생한 뒤에도 개선 노력이 부족한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않는’ 행태를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시장과 관련해서는 "가입자 중심의 상품 설계와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며 금융감독원도 위험자산 투자 한도 확대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혁신기업과 벤처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해 금융투자업계가 생산적 금융의 플랫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금융감독 체계 개편 문제에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전날 확정된 조직개편안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금융소비자원과 분리된다. 금융권에서는 감독 주체가 늘어나 '시어머니가 많아졌다'는 우려가 커진다.
이 원장은 이날 관련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그는 내부 공지에서 "감독체계 개편이 합리적으로 이뤄지길 바랐으나 결과적으로 아쉽다"며 "금소원과 금감원 간 인사 교류와 직원 처우 개선 등을 통해 혼선을 최소화하겠다"고 우회적으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금감원 노조도 같은 날 성명서를 내고 "기계적으로 분리하면 감독 기능 간 충돌, 감독·검사와 소비자 보호 업무가 연계된 원스톱 서비스 붕괴, 검사·제재 중복으로 인한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감독 인적자원 분산, 조직 내 갈등, 직원의 사기 저하, 금융회사의 검사 부담 가중, 행정비용 증가, 업무 중복, 책임회피 등 조직 쪼개기의 전형적 폐해가 우려된다"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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