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사진)이 9일 한·미 관세협상에서 합의한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펀드 조성에 대해 “(협상이) 상당히 교착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 전체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데 단기간에 자동차산업의 관세 차이를 좁히겠다고 서둘러 합의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일본산 자동차는 오는 16일부터 미국 수출 관세가 15%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자동차업계는 여전히 25% 관세가 적용돼 상당 기간 ‘관세 열위’ 상태에서 일본과 경쟁하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김 실장은 이날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3500억달러 펀드를 어떻게 운용할지에 대한 양해각서(MOU) 문안을 두고 한국과 미국 사이에 협상을 수십 번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외환시장에 미칠 충격을 같이 고민하고, 미국이 도와줄 부분은 해답을 달라고 했다”며 “그 문제에서 교착 상태”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지난 4일 미국과 일본이 서명한 5500억달러 대미 투자 양해각서와 관련해 “우리에게 제시된 문안과 일본에 제시된 문안이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기축통화국인 데다 외환보유액이 우리보다 세 배 이상 많고 미국과 무제한 통화스와프(통화 교환)도 체결했다”며 “미국 측에 일본과 한국은 처한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 국민 누구도 그 문안 그대로 서명해야 한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도 시작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은 이날 소셜미디어 X에 “미국 연방관보에 관세 일정이 게재됨에 따라 일본에 부과된 상호관세 수정 조치(소급 적용 포함)와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관세 인하가 16일 공식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당장 1주일 뒤부터 일본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대미 수출 관세(15%)가 한국산(25%)에 비해 10%포인트 낮아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 자동차업계의 수출 경쟁력이 당분간 악화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실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과 관련해 “대통령이 어제 야당 대표와 오찬할 때 ‘정부의 최종 입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양도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하는 정부안을 되돌릴 것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 대통령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그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에 대해 “기업들이 이 문제로 해외로 나간다고 하면 제일 먼저 걱정할 곳이 산업통상자원부와 정책실”이라며 “그런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시행한 뒤 안 되면 고치자는 과거 발언에 대해선 “신중하게 발언하도록 자성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형규/김리안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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