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임대료를 둘러싼 인천공항공사와 신라·신세계면세점의 갈등이 계속되자 법원은 '임대료를 낮추라'는 내용의 강제 조정안을 제시했다. 인천공항공사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강제조정안에 대해 이의제기할 방침인 가운데 면세업계는 법적 다툼, 면세점 철수 등 다양한 방안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은 지난 5일 임대료에 연동된 이용객당 단가를 기존 입찰가액의 75% 수준으로 책정하라는 취지의 강제조정안을 인천공항공사와 신라면세점 측 법률대리인에 보냈다. 조정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송달 2주 이내 이의신청을 하면 강제조정안은 효력을 상실, 본안 소송으로 넘어간다. 공사 측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혀온 만큼 이의신청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한경닷컴에 "법률 검토 결과 차임감액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조정을 수용한다면 배임 또는 특정경제범죄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타 사업자와의 형평성 문제, 지난 입찰의 공정성 훼손, 향후 입찰에 부정적 영향 등으로 조정안은 수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제시한 객당 임대료 인하분 25%(2270원) 감면 금액은 6717원인데, 이는 입찰 당시 경쟁하던 다른 면세 사업자가 제시한 입찰가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2023년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당시 신라면세점은 8987원을 써냈다. 입찰에서 탈락한 롯데면세점은 6738원을 제시해 법원 조정안(6717원)대로 인하할 경우 당시 롯데면세점 입찰가보다도 낮아진다는 것이다.
반면 면세점 측은 공항 여객 수에 비례해 책정되는 임대료가 최근 소비패턴 변화에 따른 구매 금액 감소세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항변했다. 적자가 심화해 현실적으로 운영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특히 방한객과 공항 이용객 모두 증가세지만 면세점 이용객은 감소하는 점이 임대료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국면세점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면세점 매출액은 9199억4652만원이다. 전년 동월(1조65억268만원) 대비 8.6%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구매 인원은 236만3113명에서 258만339명으로 9.2% 늘었다. 매출액을 구매 인원수로 나눈 1인당 면세 구매액은 35만6000원으로 지난해(42만6000원) 대비 16.4% 감소했다.
이 기간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3.1% 증가했다. 면세점에서 물품을 구매한 외국인 수도 25.1% 늘었지만 구매액은 오히려 14.2% 감소했다. 6월과 비교해도 구매 인원은 2.2% 증가했지만 구매액은 22.1% 줄었다. 관광객 증가로 객수는 늘고 있지만 구매액은 감소하는 셈이다. 인천공항 이용객 역시 올 상반기 기준 3636만명으로 개항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과 인천공항 이용객은 늘었지만, 면세점 이용객은 늘지 않고 오히려 구매액은 감소하는 실정인데 임대료 산정은 '객당 임대료'가 들어가 부담이 커진다는 게 면세업계 하소연이다.
때문에 앞서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지난 4∼5월 각각 인천지법에 공사 상대로 1·2 여객터미널 면세점 중 화장품·향수·주류·담배 매장 임대료를 40% 내려달라는 내용의 조정신청을 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입 부진, 개별 관광객의 소비 패턴 변화, 고환율 등으로 인해 면세점 이용자가 급감해 현재의 임대료는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방한객이 늘어도 개별 여행 수요가 높고, 소비 방식도 로컬 상점을 찾으면서 면세점에서의 구매력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며 "특히 구매력이 없는 어린아이도 객당 임대료에 산정되는 만큼 가족 단위 방문객이 늘면 매출과 상관없이 임대료만 더 늘어나는 구조"라고 했다.
이에 대해 공항공사는 "입찰 시 공사는 객당임대료에 곱해 산정되는 국제선여객 수에 어린이를 포함해 최저수용금액을 산정, 사업자들도 이를 인지하고 입찰에 참여했다"며 "최저수용금액 산정 시 어린이를 제외했다면 최저수용금액은 더 올라가고 낙찰가도 올라갔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신라면세점은 영업 유지, 철수, 소송 등을 두고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 소송은 면세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견해가 많다. 대법원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과 매월 고액의 임대료 부담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만약 소송을 포기하고 철수하면 위약금은 1900억원 수준에, 위약금을 지급하고도 6개월간 영업 후 철수해야 하는 의무가 남아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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