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완화, 자사주 소각 의무화까지 이뤄지면 내년 코스피지수 4000선도 충분히 가능해 보입니다.”(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
국내 주식시장 투자심리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실망이 기대로 바뀌면서 외국인은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4000억원에 가까운 주식을 순매수했다.
10일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3780억원어치를 대량 매수했다. 작년 6월 13일(1조5390억원) 후 1년3개월여 만의 최대치다. 코스피200 선물도 3311억원어치 사들이며 추가 상승을 점쳤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예정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을 기존에 예고한 대로 강화할지에 관해 최종 입장을 밝히기로 하자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이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는 만큼 대주주 기준이 현행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가 대폭 커진 것이다. 이한영 보고펀드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최근 국내 증시 향방은 정부의 증시 부양책 내용에 좌지우지되고 있다”며 “코스피지수의 1차 랠리를 주도한 것도 상법 개정안이었고, 코스피지수가 숨 고르기 들어선 것 역시 대주주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기준을 강화한 이후”라고 말했다.
지난달까지 베일에 싸였던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한 것도 국내 증시의 상승 동력이 됐다. 미국 8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크게 부진하자 경기 부양을 위해 다음 주 예정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기업도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가 지지부진할 때 조선·방산·원전 등 새로운 수출 주도 산업이 떠오르며 증시를 끌어올렸다. 올해 국내 증시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은 업종은 조선·방산·원전 종목이 포함된 기계·장비(105.2%)로 나타났다. 새 정부의 증시 활성화 등 정책 수혜 기대로 증권(97.3%)과 금융(54.8%)도 상승률 상위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유동성 랠리를 촉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역사적으로 경기 침체를 피하기 위해 예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했을 때 미국 S&P500지수가 강세를 보였다. 미 기준금리 인하로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특히 한국 등 신흥국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센터장은 “8월 미 고용 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오히려 Fed가 금리 인하를 결정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마련됐다”며 “미국이 경기 침체로 진입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증시는 추가 유입되는 유동성을 누리며 당분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증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선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하향 등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 많다는 게 중론이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배당소득세 최고세율을 현행 35%에서 25%로 하향 조정하는 것까지 논의된다면 본격적으로 글로벌 대비 한국 증시의 디스카운트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성미/맹진규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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