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납니다.” “날벼락 같은 소식이네요.”(구금자 가족들)
10일 새벽 3시(현지시간)께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 구금 시설. 엿새간의 강제 구금을 마치고 풀려날 예정이던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의 귀국이 갑자기 늦어지자 구금 시설 앞에 모여 있던 가족과 지인들은 허탈감에 휩싸였다. 한 회사 직원도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여기저기 전화를 돌렸다. 저마다 “이유가 뭐냐”고 물었지만 뾰족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구금 시설 쪽에서도 당초 출국을 준비하는 분위기였다. 순찰차를 비롯해 여러 차량이 분주히 오갔다. 구금된 한국인들도 전날 오후부터 베이지색 수용복을 벗고 사복으로 갈아입은 뒤 대기 중이었다. 하지만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에서 준비하기로 한 버스 8대는 예정된 시간에 오지 않았다.
이들은 당초 10일 새벽 4~6시 무렵 구금센터를 출발해 비행기(대한항공 KE-9036편)가 기다리는 430㎞ 거리의 애틀랜타 공항까지 다섯 시간가량 이동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새벽 3시께 “10일 출발이 어렵다”는 외교부 발표가 전해졌다. 석방을 앞두고 예상치 못하게 일정이 어그러지면서 언제 풀려날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 쪽에서 정해서 외교부에서 통보한 것”이라며 “언제까지 미뤄지는 것인지도 전달받은 내용이 없어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왜 석방 일정이 미뤄졌는지 모른다고 했다.미국에서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은 만큼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가장 단순한 가능성은 버스 운송 등 실무 진행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을 경우다. 이 경우에는 문제가 곧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태도가 달라졌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미국 정부는 시카고와 보스턴 등에서 잇달아 대규모 이민 단속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세력이 한국 근로자를 쉽게 내보내는 데 반발했을 수도 있다. 이 경우 근로자들의 귀국 시점이 상당히 지연될 수도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지난 8일 밤 급히 워싱턴DC를 찾았지만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면담이 당초 예정된 9일에서 10일 오전으로 하루 늦어진 것도 이상기류의 징조로 해석된다.
구금자들이 풀려나더라도 재입국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 수 있을지는 아직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미국 이민법 규정에 따라 불법 체류로 판단된 기간이 180일 미만이면 재입국에 원칙적으로 제한은 없지만 전자여행허가(ESTA) 비자 발급은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비자 인터뷰 과정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외교당국은 이 부분에 관해 미국과 계속 협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부 근로자는 구금 초기 미국 정부가 자진 출국자에게 주는 1000달러(약 140만원) 보상금을 받겠다거나 10년간 입국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서류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상금에 동의하면 불법 체류를 자인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또 10년 입국 제한은 추방 명령을 받고 출국하거나, 불법 체류 기간이 1년 이상인 경우에 적용되는 조건이다. LG 협력사 측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영사들이 이것(서명)이 잘못됐다는 걸 인식하고 미국 당국과 이야기해 이전에 서명한 문서는 무효화됐다고 직원들에게 설명했는데, 굉장히 많은 사람이 혼란에 빠졌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포크스턴(미국)=김인엽/워싱턴=이상은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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