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에서 벌어진 대규모 한국인 구금 사태의 원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글로벌 기업에 미국에 공장을 세우라고 압박하면서도 정작 비자는 내주지 않는 미국의 모순된 정책이 근본 원인이라는 시각과 함께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위해 불법도 마다하지 않은 한국 기업의 관행이 이런 사태를 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9일(현지시간)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미국의 비자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P는 “미국에는 외국 기업이 숙련 노동자 수백 명을 몇 주 혹은 몇 달간 데려와 공장을 건설할 수 있도록 고안된 비자 프로그램이 없다”고 썼다. 구금된 하청업체 직원 12명을 대리하는 찰스 쿡 변호사는 WP에 “우리는 미국에서 이런 종류의 배터리를 만들어본 적이 없다”며 “우리가 현대자동차를 이곳에 불러와 공장을 짓게 한 이유는 현대차가 그 일을 할 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비자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미 FTA의 비자 조항을 강화하는 초당적 법안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싱가포르, 호주 등 미국과 FTA를 맺은 다른 국가는 최소한 전용 비자 슬롯(정원)을 할당받았지만 한국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 기업은 전자여행허가(ESTA)와 단기 상용(B-1) 비자를 받은 숙련공을 미국에 들여 공장 세팅 업무를 맡겼다. ESTA나 B-1 비자로 공장 관련 일을 하는 건 불법이다. 하지만 사정을 아는 미국 주정부가 눈감아주자 한국 기업도 관행적으로 불법 파견을 계속 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미국인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불법 체류자 단속에 힘을 주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이 과거 고도 성장을 안겨준 ‘빨리빨리’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사태를 키웠다고 설명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 위상에 걸맞게 노동, 환경 등 모든 영역에서 법적 기준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회공헌과 윤리경영 등 사업 외적인 영역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며 “미국 사회에서 한국 기업이 얼마나 존경받는지 돌아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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