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에 일하러 갔다가 이민 당국에 대규모로 구금된 한국 근로자들이 11일 오후 전세기로 미국에서 출발한다. 당초 일정보다 만 하루 늦어진 것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오전 9시30분 경 백악관에서 만나 조지아주에 구금된 우리 근로자들의 조속한 석방과 귀국을 논의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조 장관은 수갑 등에 의한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하게 미국을 떠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이들이 향후 재방문에서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도록 관심과 지원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구금자와 가족들은 지난 스물 네 시간 동안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양국 정부는 당초 10일 오후 2시30분 애틀랜타에서 전세기를 띄우기로 하고, 이곳 시간으로 10일 새벽 4~6시 경 이들을 버스에 태울 계획이었다.
그러나 수감자들이 환복을 모두 마치고 개인 물품도 일부 받은 상황에서 새벽 3시쯤 갑자기 석방을 연기한다는 미국 측 통보가 있었다. 처음에는 외교부에도 그 이유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고, 그래서 언제 풀려난다는 것인지도 말해주지 않아서 모두 굉장히 당혹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가장 애가 탄 것은 구금자 가족들이었다. 가족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는 눈물만 난다, 이게 웬 날벼락이냐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일단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을 종합하면, 수갑을 채우지 말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고 버스 운영 주체에 관해 양국의 시각 차가 있어서 이런 부분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지연된 것으로 보인다. 풀어주지 않으려 했던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수갑을 채우려고 했다는 것도 한국 입장에서는 상당히 당혹스럽게 들리는 대목이다.
일단 현재는 수갑은 채우지 않는 것으로 조정되었으나 공항까지 이동하는 버스 운영 주체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공지가 나오지 않았다. 당초 한국 측은 자체 버스를 준비하려 했으나 미국 측은 자진출국의 요건을 맞추기 위해서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것을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사 등을 위해 중도에 멈추지 않고 일단 출발하면 공항까지 다섯 시간 가량 이동하며, 화장실은 버스 내부에 설치된 것을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외교 담당 장관은 이날 오전 면담에서 구금자 석방 및 향후 비자 문제 등에 관해 거론했지만, 면담의 핵심이 무엇이었느냐에 관해서는 관점이 다소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루비오 장관이 이번 사안에 대하여 한국이 민감해 하는 것을 이해하고 또 한국의 투자와 미국 제조업 부흥에 대한 지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반면 미국 국무부는 한국과 방위비 분담과 무역 협력을 논의했다고 했습니다. 우리 국민의 조속한 석방을 요구하는 자리에서도 방위비 분담과 같은 부분을 미국이 빠뜨리지 않고 꼼꼼히 챙긴다는 인상을 준 부분이다.
두 장관은 또 북한의 불법적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으로 인해 이 지역의 안정성이 위협받는 것에 대한 공동 대응 의지를 강조했다고 국무부는 밝혔다.
워싱턴=이상은/포크스턴=김인엽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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