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수확을 이틀 앞둔 경북 성주의 한 포도 농장. 비닐하우스에 들어서자 거봉 색깔을 띠지만 샤인머스캣보다 큰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판매에 나선 프리미엄 포도 ‘로얄바인’이다. 백화점과 마트 등 유통업체의 식품관 경쟁이 치열해지자 청과 품종 차별화와 고급화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로얄바인은 샤인머스캣과 같이 씨가 없고 껍질째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재배 방식이 다르다. 희소성과 품질 관리를 위해 ‘클럽 재배’ 방식을 도입했다. 국내 포도 농가 중 일부만 로얄바인 재배 농가로 선정했다. 로얄바인을 일본에서 국내로 들여온 육종 농가인 알프스 농원의 백영상 대표는 “국내 포도 생산량 중 0.5%만 차지하도록 해 상위 2% 고객을 겨냥하겠다는 마케팅 계획을 세웠다”며 “올해는 목표치의 절반인 500개 농가를 선정했고, 재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클럽 재배 방식을 도입한 이유는 샤인머스캣의 공급 과잉 사태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다. 한때 수익성이 높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샤인머스캣은 전국 포도 농가의 46%가량이 재배에 뛰어들어 공급 과잉 문제에 직면했다. 농가가 급격히 늘어 국내 시장에서 물량을 모두 소화하기 힘들어졌고, 품질 관리도 어려워졌다.

유통망도 제한했다. 이달 신세계백화점에서만 로얄바인을 판매한 뒤 10월 이후 백화점 3사와 특급 호텔로 확대할 계획이다.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추석 시즌 청과 선물세트 3종에 로얄바인을 포함시켰다고 신세계백화점은 설명했다.

이런 차별화 전략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1~8월 신세계백화점의 청과 매출은 전년 대비 10.7% 증가했다. 2023년 7%, 지난해 9% 늘어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장준영 신세계백화점 신선식품팀 바이어는 “스토리가 있는 명절 선물 수요와 함께 신품종 청과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품종 차별화 전략을 통해 고급 과일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주=라현진 기자
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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