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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K뷰티 ODM 신화' 코스맥스…'협력사 퍼스트'가 비결

입력 2025-09-12 18:12   수정 2025-09-12 23:57


지난해 한국 화장품 수출액이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이 수출액의 약 26%는 한 회사의 직·간접적 수출에서 나온 것으로 추산된다. ‘K뷰티’ 수출의 4분의 1을 한 기업이 떠받친 셈이다. 이 얘기가 과장처럼 느껴진다면 지금 가까운 올리브영 매장에 들어가서 유명 화장품들 뒷면의 ‘제조업자’ 부분을 확인하면 된다. 공통적으로 보이는 이름이 있다. 세계 1위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 코스맥스다.

신간 <같이 꿈을 꾸고 싶다>는 1992년 직원 네 명으로 시작한 코스맥스의 33년 성장 이야기를 담았다. 코스맥스의 역사를 다룬 책이지만 경영철학서 혹은 K뷰티 역사서로도 읽힌다.

창업자인 이경수 회장은 1970년 서울대 약학대를 졸업하고 동아제약, 대웅제약을 거쳐 코스맥스를 창립했다. 당시 코스맥스는 자체 기술이 없어 일본 화장품 ODM 기업과 기술 제휴 형태로 세워졌다. 이후 기술력을 쌓고 외환위기를 돌파하며 연평균 30% 성장을 이뤘다. 중국 시장을 경쟁사보다 빠르게 주목해 2015년 세계 화장품 ODM 1위 자리를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매출 3조원을 넘겼다.

책을 읽다 보면 BB크림, 쿠션 파운데이션 등 현재 익숙한 화장품들이 얼마나 많은 협업과 계산 끝에 나왔는지 깨닫게 된다. 코스맥스의 역사를 살피는 과정에서 2003년 12월 서울 명동 한복판에 1호점을 내며 ‘원브랜드숍’ 전성시대를 연 더페이스샵의 제품 개발 등 K뷰티의 역사적 순간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경영 위기를 헤쳐나간 과정도 담겼다. 외환위기 당시 코스맥스는 파격적인 세 가지 결정을 내렸다. 고객과 고통을 분담하고 생사를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첫째, 환율로 인한 원가 상승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원자재 공급 가격을 동결할 것. 둘째, 최소생산수량의 한도를 없앨 것. 셋째, 특근을 해서라도 고객이 원하는 납기에 무조건 제품을 공급할 것.” 이후 화장품업계가 서서히 회복하자 코스맥스로 화장품 기업이 몰려들었다. 1998년 131억원이던 매출은 1999년 174억원, 2000년에는 249억원으로 급증했다.

현재 코스맥스는 세계 곳곳의 4500여 개 브랜드와 협업하며 연간 38억 개에 달하는 화장품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세계 화장품업계 상위 20개 회사 중 16개가 코스맥스와 거래 중이다.

전 세계 화장품 1위 ODM 업체가 한국 기업이라는 것은 국내 화장품 기업엔 행운이다. ODM 기업은 생산은 물론 독자적인 연구개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제품 기획 단계부터 깊이 관여한다. 코스맥스는 여기에 브랜딩 역량을 더해 제조자브랜드개발생산(OBM)을 지향한다. 흑인 뷰티 유튜버가 ‘내게 맞는 색상이 없다’고 평하자 두 달 만에 20여 개 색상 샘플을 보내 화제가 된 티르티르, ‘한방 뷰티’를 앞세워 아마존에 입점한 조선미녀, 클렌징 제품으로 미국을 사로잡은 마녀공장, 패션 기업에서 뷰티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스타일난다, 까다로운 일본 시장을 접수한 롬앤 등이 모두 코스맥스의 협력사다.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도 연구개발 단계부터는 시간과 돈의 싸움이다. 연구개발은 능력 있는 개발자 몇 명을 채용해서 해결한다고 해도 시제품을 개발하고 테스트를 거쳐 제품 양산 단계까지 가기 위해서는 막대한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 (…) ODM 기업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대목에서 많은 창업자가 자신의 비전과 리스크를 저울질하다 결국 포기하고 말 것이다. 이렇게 묻힌 아이디어 중에는 시장의 판도를 바꿀 혁신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 만약 ODM 기업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지금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K뷰티 혁신의 상당수가 꽃을 피우기도 전에 사라져버렸을지 모른다.”

이쯤 되면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시장의 중심에 서고 싶지 않을까. 책에는 이에 대한 답변이 있다. “히트 상품과 스타 기업을 수도 없이 만들어냈음에도 왜 코스맥스만의 브랜드를 만들지 않느냐고 사람들은 묻는다. 3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물음에 대한 코스맥스의 답은 한결같다. ‘우리에게 경쟁사는 없다. 파트너만 있을 뿐이다.’” 책의 프롤로그와 제목을 통해 “고객과 함께, 파트너들과 함께 ‘같은 꿈’을 꾸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을 강조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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