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포크스턴 구금센터에서 1주일 가까이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외국인 포함 시 330명)이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중 나온 직장 동료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근로자들의 표정엔 마침내 고국에 돌아왔다는 안도감과 심한 피로감이 교차했다.

한국인 직원들은 입국 후 곧장 바깥에 준비된 버스를 타고 가족이 기다리는 장기주차장으로 이동했다. 근로자들을 태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마다 가족들은 기다리던 이의 품으로 달려가 눈물을 훔쳤다. 근로자 대부분은 수염도 깎지 못한 채 수척한 모습이었고, 가족들을 껴안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기업들은 근로자들의 심리적·신체적 건강 회복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향후 기업들의 사업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과의 협상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전세기 도착에 앞서 공항에 마중 나온 가족들도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남편을 마중 나온 C씨는 “회사에서 남편이 구금됐다는 전화를 받고 보이스피싱을 의심했다”며 “아이들에게 이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이 단기 상용(B-1) 비자를 받고 약간 걱정하는 말을 했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지 예상도 못 했다”고 했다.
아들을 맞이하기 위해 강릉에서 달려온 70대 모친 D씨는 “전에도 출장을 자주 갔기 때문에 평소와 다름없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연락도 안 되고 TV에서 쇠사슬을 발에 찬 모습이 나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마음 같아선 출장은 더 이상 못 가게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동생을 기다리던 E씨도 “동생이 미국에 살 생각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기술 지원을 하러 간 건데 좀 너무하다 싶다”고 말했다.
입국장 한편에선 시민단체들이 무장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풍자 사진과 피켓을 들고 “트럼프는 사과하라”고 외쳤다. 경찰은 인천경찰청 기동대 60명과 인천공항경찰단 40명 등 100명을 공항 일대에 배치해 현장 상황을 관리했다. 경찰 등은 입국장부터 주차장까지 주요 동선마다 인원을 배치해 이동을 지원했다.
정부와 기업들은 이번 사태로 차질을 빚은 미국 사업장의 조속한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도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날 근로자들과 함께 귀국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미국에 공장이 여러 개 있지만 심각한 문제는 아니고 우리가 매니징(관리)할 수 있을 정도”라며 “(우선은)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인천=배성수/김영리/김유진/강준완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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