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말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는 미국 유럽 등 해외 패션 종사자 900여 명이 몰려들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개최한 기업 간 거래(B2B) 박람회 ‘프리뷰 인 서울 2025’(PIS)에서 한국산 섬유를 소싱하기 위해서다. 올해 행사에서 성사된 바이어 상담은 3000건. 이례적으로 많았다. 최병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회장(패션그룹형지 회장·72)은 지난 12일 인천 송도동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올해 PIS는 전 세계적으로 K패션·섬유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걸 증명한 자리”라며 “한때 부침을 겪었던 조선업처럼 국내 섬유업이 화려하게 부활하도록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섬유업은 변곡점을 맞았다. 1960~1980년대 단일 품목 최초로 수출 1억달러와 100억달러를 달성한 주력 산업이었지만 외환위기와 중국 저가 공세로 오랜 기간 부침을 겪었다. 이후 사양산업으로 치부되던 섬유산업은 최근 탄소섬유·고기능성 섬유 등 차별화 제품을 내세워 부활을 꾀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 중국·일본 기업의 공급 차질 등 여파로 공급망 다각화에 나선 글로벌 브랜드들에 좋은 선택지로 떠올랐다.
최 회장은 “해외가 K패션·섬유에 주목하는 지금이 섬유업 제2의 도약의 기회”라며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정부가 전투복 등에 쓰이는 국방 섬유를 국산화하고, 패션 기업들도 ‘국산 원단 쓰기 운동’에 동참해 국산 섬유의 우수성을 알려야 한다”고 했다.
패션그룹형지의 계열사 형지엘리트는 2004년 평양과 남포공단에서, 2014~2016년엔 개성공단에서 교복을 생산해 중국에 수출했다. 최 회장은 2008년과 2013년 두 차례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동남아시아 등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기업들은 제품 수송에 2주가량 걸리는데 북한에서 생산하면 이동시간도 단축되고 생산비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터뷰 말미에 최 회장은 ‘조선업 슈퍼사이클’ 이야기를 꺼냈다. “20년 전만 해도 다들 ‘조선업은 망했다’고 했죠. 하지만 지금 한·미 정상회담을 성공으로 이끈 주인공이 됐습니다. 섬유업 부활을 이끌어 미래 산업으로 키우겠습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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