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장들의 우려대로 여당발 사법개혁은 사법부는 배제하고 공론화 과정을 생략한 채 진행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대법관 증원과 법관평가위원회 도입 등 사법의 틀을 전면적으로 바꿀 5대 의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5대 의제와 별도로 최근에는 특별재판부 설치도 공언하고 나섰다. ‘추석 전 완료’라는 시한까지 정한 속도전에 사법부 통제 목적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도 적지 않다.
상고심 재판 지연 해소를 명분으로 내건 ‘대법관 증원’만 해도 지난 5월 대통령 선거법 위반사건 파기환송 직후 제기 돼 별다른 공론화 과정이 없었다. 여당 안대로 대법관 10~20명을 증원할 경우 전원합의체가 사실상 마비돼 법령 해석의 통일성 훼손 등이 예상된다. 대법관만 늘어난 ‘가분수 조직’이 적절하고 신속한 하급심을 제약할 개연성도 높다.
더 근본적 우려는 사법이 정치권이나 조직화한 특정 여론에 예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정 정부에서 대법관을 대거 임명하면 사법 신뢰가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 국회 등이 추천한 인사들로 법관평가위원회를 꾸리는 방안도 판결 이력과 성향 분석을 통해 판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이 크다. 내란 사건을 담당할 특별재판부 설치 역시 사법의 정치화와 위헌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사법개혁에 참여하겠다는 사법부 목소리에 여당은 대법원장 이름까지 거론하며 무시하는 모양새다. 정치가 사법 위에 서는 방식의 개혁은 안 된다. 삼권분립 정신에도 어긋난다. 사법부의 사법개혁 참여와 공론화 요구에 여당은 성실하고 진지하게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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