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15일 주재한 ‘제1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경영 현장에서 기업들이 느끼는 규제 사례를 장시간 들으며 대대적인 규제 혁신을 주문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로봇 등 신성장동력 분야에서 잠재성장률을 반등할 해법을 찾기 위해서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를 만드는 등 일상적으로 규제를 걷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진짜 얼굴을 보고 학습하든, 얼굴을 가리고 학습하든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도로 데이터가) 유출되거나 악용될 가능성이 있으니 원본 데이터로 학습하지 말라는 것은 구더기 생길 수 있으니 장독을 없애자는 것과 비슷한 얘기”라며 “어떤 제도가 필요하면 악용 가능성을 막고 쓰는 게 맞다”고 했다. 식별 데이터 활용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자율주행차가 실증할 수 있는 범위를 아예 지방의 중간 규모 도시로 넓히자는 주문도 했다. 지금은 서울 상암동과 강남·서초구 일대 등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자율주행 실증이 가능해 양질의 데이터를 얻기 어렵다. 중간 규모의 지방 도시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면 미국, 중국 등 자율주행 선진 기업을 추격할 발판이 마련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기존엔 택시 등 운송 사업자들이 자율주행에 반대하고 사고 위험이 있어 규제를 풀지 못했다.
이날 회의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카카오, LG AI연구원 등 13개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공공데이터 및 저작권이 있는 데이터를 AI가 학습할 때 발생하는 이익 배분 문제도 사후 조정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학습용 데이터를 끌어올 때) 사전에 모두 동의를 받게 하면 안 하자는 얘기와 같다”며 “사후 조정하게 하려면 입법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이 세금을 내서 만든 공공자산이니 가이드라인을 바꿔야 한다”며 공공 데이터를 최대한 공개하라고도 지시했다. AI 기술 발전을 위한 ‘골든타임’이 규제로 허비돼서는 안 된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회의에 참가한 기업들은 청소 로봇, 안전 로봇, 배달 로봇 등이 공원을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하는 이중 규제를 풀어달라고 제안했다. 지방자치단체의 통행 허가를 받은 뒤 공원 운영 주체의 안전인증제도를 또 거쳐야 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도 “일종의 행정편의주의”라며 “일률적으로 (제도가) 적용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때 규제가 늘고 지원이 줄어 도로 회귀하길 원하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을 해소해야 한다는 데도 공감했다. 이 대통령은 “중견기업이 규제가 많아지는 대기업으로 크지 않으려고 하는데, 일정한 기준으로 (규제를) 현실화하자는 것은 맞는 말씀”이라고 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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