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양광 산업의 오랜 문제는 중국발 공급과잉이다. 중국은 2011년부터 글로벌 수요를 크게 웃도는 생산설비를 구축했고, 지금도 글로벌 수요의 약 2배에 달하는 생산설비를 운영 중이다. 이로써 지난 15년간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태양광 기업이 줄줄이 도산했고, 중국에서도 일부 선도기업(Tier-1)을 제외한 다수 기업이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2024년 5월 태양광산업 재편을 발표했다. 이어 2025년 7월에는 태양광, 2차전지, 철강 등 10개 중점 산업을 대상으로 공급과잉 해소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과당경쟁 방지 정책에 따라 무질서한 가격경쟁을 억제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선도기업 위주의 수익성 회복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중국 태양광 기업의 주가도 구조조정 효과가 반영되기 시작했다. 태양광 모듈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다초(Daqo)의 주가는 2025년 6월 말 대비 93% 반등했다. 2024년 2분기부터 폴리 가격이 킬로그램당 4달러로 원가(6달러)를 밑돌면서 공장 가동률을 30~35%로 낮춘 다초는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였으나 2025년 7월부터 폴리 가격이 반등하며 8월에는 6달러대를 회복했다.
이에 따라 3분기 실적 개선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다. 모듈 가격도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25년 8월에만 8% 상승했으며, 최근 중국에서 입찰된 20GW 규모의 프로젝트는 시장 가격(60~65위안/W)을 웃도는 71~75위안에 체결됐다. 이는 실제 영업 환경이 시장 지표보다 우호적임을 시사한다.

미국 수요 회복과 중국 구조조정 효과 주목
중국발 공급과잉 완화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글로벌 수요, 특히 미국 수요도 양호한 상황이다. 글로벌 태양광 수요는 2022년 252GW, 2023년 444GW, 2024년 600GW로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2025년에는 700GW로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미국도 같은 기간 18GW(2022년), 27GW(2023년), 37GW(2024년)로 성장했지만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발주 지연으로 2025년 34GW로 역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보수적 전망과 다르게 대표 모듈 기업인 퍼스트 솔라의 지표는 다른 흐름을 보인다. 동사의 분기 평균 수주는 2023년 +7.1GW, 2024년 +1.0GW, 2025년 상반기에 ?0.1GW로 축소됐지만 7월 초 OBBBA 발표 이후 7월 한 달간 +2.1GW의 수주를 기록했다. 이는 정책 리스크 해소의 효과를 보여주는 사례다.
또 2023년 미국 전력망에 연결을 신청한 2600GW 가운데 태양광이 42%, 에너지저장장치(ESS)가 40%를 차지한다. 이는 잠재 발주 물량이 충분하다는 의미이며, 국내 태양광 기업의 주요 수출처가 미국인 만큼 미국의 수요 회복은 중요하다. 특히 한화솔루션은 미국 현지 공장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책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40억 달러 규모, 공정률 80%의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중단한 바 있다. 태양광 역시 정책 불확실성에서 자유롭지 않다. 다만 미국 주요 전력사의 신규 발전소 투자 계획에서 여전히 재생에너지가 절반가량을 차지하며, 자본적 지출 가이던스를 확대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공급과잉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현재 중국의 구조조정 진행 상황은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태양광 제품의 시장 가격과 기업의 코멘트를 통해 간접적으로 시황을 파악해야 한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가 제품 가격 인상을 유도하는 정책 기조를 내놓고 있으며, 실제 시장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만약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오랜 공급과잉 문제가 해소되면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시점에 태양광 기업의 실적 회복이 가능할 것이다. 주가는 이미 3분기 실적 기대감이 선반영됐으며, 3분기 실적에서 구조조정의 진척도가 확인되면 추세적 반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태양광 ETF의 구조 및 투자 포인트는
태양광 ETF인 TAN.US는 인베스코에서 운영한다. 국가별 비중은 미국 49%, 중국 23%, 이스라엘 11%, 기타 17%이며, 상위 10개 종목에는 미국 태양광 주식 중 대표 종목인 퍼스트 솔라, 넥스트래커, 엔페이즈 에너지, 선런, 솔라에지가 포함된다. 중국 기업으로는 GCL 테크, 신이솔라, 다초 등이다. 현재 태양광산업의 주가 반등 요인은 수요 확대라기보다는 중국 구조조정에 따른 공급 안정화다.
따라서 중국 기업이 더 큰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TAN.US은 중국 비중이 23%로 중국의 대표 기업을 모두 포함해 간접적 수혜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태양광산업은 정책 의존도가 높으며, 적자 기업이 많아 주가 변동성이 크다. 1위 기업인 퍼스트 솔라의 시가총액은 220억 달러, 2위인 넥스트래커는 98억 달러에 불과하다. 산업 규모가 크지 않기에 러셀2000 등 중소형주가 강세일 때 태양광 업종도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변동성이 큰 만큼 투자 시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안정적 투자자라면 중국 구조조정을 통해 산업이 건강한 경쟁 구도로 전환된 것을 확인한 뒤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급과잉 해소 시점을 확정하기 어렵기에 성급한 진입은 장기적 불확실성을 동반할 수 있다.
함형도 신한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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