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전면전에 더해 전략광물 공급망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리튬, 니켈, 안티모니 등 주요 광물의 채굴·정제·재활용 역량을 자국 내에 내재화하고,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공급망 안정화에 나선 것이다. 지난달 미국 에너지부는 핵심 광물 및 소재 공급망 안보 강화를 위해 1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1월에는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확대를 통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우방국과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1990년대부터 광물 독점화 전략을 추진해 온 중국은 이미 주요 희토류와 핵심광물 수출을 통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안티모니, 인듐, 텅스텐, 텔루륨, 비스무트, 몰리브덴 등 6개 품목에 대해 수출 통제를 강화했다. 특히 안티모니는 연소하기 어려운 독특한 재료 성질로 반도체 등 첨단산업뿐 아니라 탄약, 미사일 같은 방산 분야에도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반도체, 인공지능, 배터리 등 첨단 산업의 필수 자원 확보 경쟁이 단순한 공급망 교란을 넘어 안보·외교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
한국 역시 공급망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2월에는 ‘한-아프리카 핵심광물 대화’를 통해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8월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공급망안정화위원회를 통해 공급망 전주기를 포괄하는 50조 원 규모의 금융지원 체계를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제1차 공급망 안정화 계획(2025~2027)”을 발표하며 반도체, 이차전지 등 전략산업과 핵심광물·원자재 등의 공급 기반 확충에 나섰다. 해외 자원개발부터 국내 정제역량 확대까지 공공 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공공 영역의 노력만으로는 자원 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전략광물 공급망의 핵심 기업으로 주목받는 사례가 고려아연이다. 한미 정상회담 당시 주요 대미 투자 기업으로 경제사절단에 포함되며 전략적 위상을 드러낸 바 있고, 미국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는 게르마늄 공급 및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또한 안티모니를 올해 6월 미국에 처음 수출한 이후, 수출 확대를 공식화했다. 게르마늄과 안티모니는 중국이 수출을 제한한 전략광물이자, 미국, EU, 일본이 경제안보 차원에서 관리 중인 핵심광물이다.
고려아연의 핵심 경쟁력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연-연-동 통합공정’을 운영하면서 아연 및 연 정광에 포함된 극소량의 전략광물 12종을 추출하는 독보적인 기술력에 있다. 이러한 기술력은 45년간 축적된 제련 기술과 적극적인 R&D 투자에서 비롯된 결과다. 중국이 수출 통제한 6개 품목 중 인듐, 안티모니, 비스무트, 텔루륨 등 4개를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기업이기도 하다. 특히 인듐은 터치스크린과 태양전지에 필수적이며, 텔루륨은 고효율 태양전지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미국 정치권도 고려아연의 전략적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미국 공화당 원로인 빈 웨버 전 하원의원은 고려아연이 중국의 자원무기화에 대응한 공급망 구축 노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으며, 마리아네트 밀러-믹스 하원의원은 고려아연이 미국 방위산업에 필수적인 안티모니, 인듐, 텔루륨 공급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도 한미 공동의 탈중국 공급망 전략에서 고려아연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정부가 전략광물 자립도 제고와 대외 경제협력을 강조하는 이 시점에서,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민간 기업들의 안정적인 사업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민간 기업의 기술 혁신과 투자 역량이 국가 전략과 조화롭게 결합될 때 진정한 공급망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때다.
글 김윤경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물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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