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리아디펜스인더스트리(Korea Defense Industry, 이하 KDI)는 2020년 11월,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대표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 아래 창립된 국내 방위산업의 신흥 강자다. 유도 및 무유도 로켓탄, 공병탄약, 각종 신관류뿐 아니라 소나센서, 무인드론 등 다방면에 걸쳐 연구개발과 생산을 수행하며 방산 전문기업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자폭형과 투하형 공격 드론을 개발하고, 실전 테스트에 돌입하며 ‘한국형 드론 전력화’의 시금석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KDI의 정정모 대표는 한화에서 30년 넘게 방위산업에 몸담아온 베테랑이다. 그는 방위산업을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국가 생명줄을 지키는 산업’이라 정의하며, 기술 개발과 사업화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최근 세계적으로 K-방산의 수출이 급증하고, 국산 무기의 글로벌 위상도 함께 올라가는 흐름은 정 대표의 자긍심을 더욱 키우는 동력이다.
방위산업의 트렌드가 ‘드론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점은 KDI가 누구보다 체감하고 있다. 지난 7월 열린 ‘방위산업의 날’ 행사에서도 드론의 전략적 중요성이 강조됐다. 이에 대응해 KDI는 드론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삼고, 기술과 시장 양면에서 선제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현재 전체 매출의 85%를 차지하는 로켓탄약 사업은 2030년 이후 57%로 축소되고, 드론 사업 비중은 25%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KDI는 정밀유도 로켓 기술에서 확보한 유도항법, 종말유도, 항재밍 기술을 드론 무기체계에 접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공격형 드론의 개발도 성과를 내고 있다. KDI는 전술정찰형, 자폭형, 투하형 등 총 8~9종의 드론 기체를 자체 개발 중이다.
그러나 KDI가 가장 주력하는 영역은 공격형 드론이다. 자폭형은 표적 상공에서 선회 후 돌진해 자폭하고, 투하형은 탄약을 기체에 매단 채 목표 지점에 정밀 투하하는 방식이다. 이 드론들은 2025년 말~2026년경 정부 주도의 채택과 사업화를 목표로 실전 검증을 진행 중이다.
KDI의 경쟁력은 드론 전문업체들이 갖기 어려운 ‘탄약 기술 기반’에 있다. 공격 드론을 무기화하려면 정밀한 탄약 운용 역량이 필수인데, 국내에서 이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손에 꼽힌다. 즉, KDI는 ‘기체+탄약+운용’의 삼박자를 모두 갖춘 희소 기업이다.
실제 매출 성장도 이를 입증한다. 2024년 KDI의 매출은 전년 대비 44.4% 증가한 2,917억 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6,0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 추세대로라면 3년 내 매출 1조 원 달성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병탄약과 드론이 본격 양산에 들어가는 2030년 이후에는 성장 폭이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KDI는 해외시장 개척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해외사업팀을 신설하고 중동, 유럽, 남미 지역에서 드론과 공병탄약의 수출 가능성을 적극 타진 중이다. 이미 화포용 신관 등의 수출 계약이 성사되었으며, 로켓탄약도 주요 국가들과 협의가 진행 중이다. 이처럼 KDI는 기술력과 수출력을 동시에 강화해 글로벌 K-방산 선두주자로 도약하고 있다.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정정모 대표의 조직 철학이 있다. 그는 “재미있게 일해야 성과가 난다”는 소신을 바탕으로 자율적인 연구 문화를 장려한다. 대기업에 비해 유연성이 높은 조직 구조를 살려, 실험적 프로젝트에도 과감히 투자한다. 수십억 원이 들더라도 가치가 있다면 실행한다는 자세다. 이는 실제 인사에서도 드러난다. 드론 전문업체 인수와 경력직 채용을 통해 최근 직원 수가 2배 이상 늘었다.
정 대표는 “창의성과 도전이야말로 KDI의 성장 동력”이라며, “직원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자유롭게 일하며 글로벌 무대를 향해 나아가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KDI를 록히드마틴을 넘어서는 방산 대표기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KDI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무기체계의 패러다임이 변하는 격변의 시대, KDI는 기술과 철학, 그리고 실행력으로 새로운 K-방산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