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한국 기준금리(연 2.50%)와의 격차가 5개월만에 좁혀졌다. 금리 차에 따른 급격한 자본유출이나 환율 불안이 나타날 우려가 줄면서 한국은행의 다음달 금리 인하 여력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18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 17일(현지시간) 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연 4.25~4.50%에서 연 4.0~4.25%로 낮추면서 한·미 금리차는 1.75%포인트(미국 금리 상단 기준)로 줄었다. 지난 4월 한은의 금리 인하 이후 2.0%포인트까지 벌어졌던 금리차가 다섯 달만에 좁혀졌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는 환율 상승과 자본유출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이다. 투자자들이 금리가 높은 미국으로 투자처를 옮기면서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어서다. 한은이 지난 4월 금리를 내린 후 5월과 8월 금리를 동결한 이유 중 하나로 한미간 금리 격차가 꼽히기도 했다. 최근 공개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지난달 금리 동결 결정의 이유로 "내외금리차 확대가 자본유출을 통해 외환수급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날 금리차가 좁혀지면서 이런 외환 수급 우려는 다소 완화된 모습이다. 금리 인하를 가로막던 대외요인 중 하나가 사라지면서 집값과 가계부채, 성장률 등 국내 상황을 보고 통화정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도 이날 오전 시장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Fed가 9개월 만에 금리를 내리면서 국내 경기·물가·금융안정 여건에 집중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한은이 다음달 금통위에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많다.
다만 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이 엇갈린 점은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날 공개된 FOMC 위원 19명의 점도표에 따르면 올해 말 금리전망 중간값은 연 3.50~3.75%로 나타났다. 이번 금리 인하 후에도 두차례 추가 인하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7명이 추가 금리 인하는 없다고 전망하는 등 편차가 컸다.
박 부총재보는 "위원들의 정책금리 전망이 상당히 엇갈리고 있어 향후 미 통화정책경로와 관련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며 "미국 관세정책 관련 불확실성, 주요국의 재정 건전성 우려 등 대외 위험 요인이 있는 만큼 경계감을 갖고 시장 상황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환율은 미국의 금리 인하에도 상승세를 나타냈다. Fed의 빅 컷(금리 0.5%포인트 인하) 소수의견이 한 명에 그친데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의 기자회견이 다소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으로 해석된 결과로 파악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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