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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주가가 중국발 규제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주춤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반독점 조사에 이어 구매 금지 조치까지 나와서다. 중국 매출 비중이 두 자릿수에 달했던 만큼 투자심리가 당분간 얼어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中 사업, 롤러코스터 같다”

17일(현지시간)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최근 한 달간 6.44% 하락했다. 지난 4월 저점 대비 80% 급등하며 연일 신고가를 다시 썼지만 상승세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엔비디아에 투자한 서학개미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최근 1개월간 엔비디아를 1억7169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국내 투자자의 엔비디아 보관금액은 152억2332만달러에 이른다.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엔비디아의 최신 중국 전용 인공지능(AI) 반도체 구매를 전면 금지했다는 소식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중국 사업 상황을 “롤러코스터와 같다”고 표현하며 “엔비디아의 재무 전망에서 중국 시장을 제외하도록 애널리스트들에게 공지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AI 반도체 굴기’가 거세지고 있는 점도 엔비디아엔 부담이다. 알리바바를 비롯한 중국 빅테크는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매출 13%…실적 공백 불가피
엔비디아에 대한 투자심리가 당분간 위축될 것이란 게 월가 전망이다. 중국 판매가 금지되면 실적에 큰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어서다. 지난해(2025회계연도)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 비중은 전체의 13.1%에 달했다.크리스 보챔프 IG그룹 수석시장분석가는 “최근 실적 발표 후 엔비디아 주가가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었는데 중국의 규제 소식이 큰 압박을 가했다”고 분석했다. 길 루리아 DA데이비슨 분석가는 “중국 규제가 지속되면 엔비디아에 대한 시장 기대가 너무 컸던 것으로 드러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 규제가 정치적 행동일 뿐이어서 엔비디아 주가가 다시 반등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조던 클라인 미즈호증권 분석가는 “중국의 행동은 순전히 보여주기식”이라며 “투자자들은 중국 외 지역의 수요와 매출 증가 잠재력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엔비디아 펀더멘털(기초체력)은 더 이상 좋을 수 없을 정도로 괜찮다”고 평가했다.
리서치업체 퓨처럼그룹의 대니얼 뉴먼 CEO도 “중국이 자체 AI칩과 인프라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했지만 관련 기술이 한참 뒤처진 게 현실”이라며 “자국 기업에만 의존하면 좌절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 관점에서 엔비디아가 강력한 기술 경쟁력과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것이란 판단이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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