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 살해당한 유명 보수 논객 찰리 커크와 마가(MAGA·미국 보수 진영)에 대한 강경 발언 후 ABC '지미 키멜 라이브(Jimmy Kimmel Live!)' 방송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할리우드에서 이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작가조합(WGA)는 1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우리의 생각을 말하고 서로 의견을 달리할 권리, 심지어 방해할 권리는 자유로운 국민의 핵심 가치이며, 이는 거부돼선 안된다"며 "폭력으로, 정부 권력의 남용으로, 기업의 비겁한 행동으로 거부되어서는 안된다"면서 '지미 키멜 라이브' 방영 중단 결정에 반발했다.
미국작가조합은 영화, 텔레비전, 케이블, 디지털 미디어, 방송 뉴스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노동조합으로, 회원들의 창작권과 경제적 권리를 보호하는 계약을 협상하고 관리하며, 작가들이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한 프로그램, 세미나, 행사를 진행하고, 다양한 정부 기관에 작가들의 견해를 제시한다.
미국작가조합 뿐 아니라 미국 배우 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 미국음악가연맹 등 주요 할리우드 노조들도 지미 키멜을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
할리우드 블러바드에 위치한 '지미 키멜 라이브' 스튜디오 앞에서 항의 시위도 이뤄지고 있다. 시위참여자들은 ABC의 '지미 키멜 라이브' 방송 중단 조치를 규탄하고 있다.
드라마 '로스트' 제작자 데이먼 린델로프는 ABC 보이콧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린델로프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번 결정에 충격을 받았고, 슬픔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고 있다"며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난 ABC와 더 이상 일할 수 없다. 혐오 발언과 농담의 차이를 아는지 스스로 되짚어보길 바란다. 방송사 측은 그 답을 알고 있다 생각한다"고 했다.
영화 '쏘리 투 보더 유'의 감독 부츠 라일리는 "미국감독조합(DGA)이 회원들에게 ABC·디즈니·훌루·마블 작품 제작 불참을 선언하면 디즈니는 몇 시간 내로 결정을 번복할 것"이라며 집단행동을 제안했다.
정치권에서도 ABC 방송 비판에 가세했다.
전직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정부가 언론사를 위협하는 이러한 행위가 표현의 자유를 심각히 약화시키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은 "나라의 언론자유를 조직적으로 파괴한 것"이라며 "이 순간의 무게를 이해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나라가 움직여야 한다. 우리가 모두 거리에서 저항해야 할 순간"이라고 했다.
민주당 소속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공화당은 언론의 자유를 믿지 않는다. 실시간으로 당신을 검열하고 있다"고 했고, 배우 겸 연출자인 벤 스틸러는 "이건 옳지 않다"고 전했다.
시민단체인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정부의 행위는 ABC방송의 항복과 더불어 수정헌법 제1조의 자유(언론의 자유)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방송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정치적 발언에 대한 민감성 증가 및 규제 기관(FCC)의 영향력 확대를 의미한다고 분석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일부 방송인들은 앞으로 유사한 발언이 있을 경우 사전 검열(self?censorship)의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된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15일 방송에서 등장했다. 진행자인 지미 키멜은 "마가 집단이 찰리 커크를 살해한 범인을 자기들과 무관한 인물로 보이게 하려 애쓰고 있다"고 말해 보수 진영의 비판을 받았다.
이후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 브렌던 카가 ABC에 조처를 하겠다고 경고했고, 곧이어 ABC 계열사 다수를 보유한 넥스타 미디어는 "지미 키멜의 발언을 강력히 질타한다"며 '지미 키멜 라이브 편성을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미국에 희소식: 시청률로 고전하던 '지미 키멜쇼'가 폐지됐다"는 글을 게재했다. 그러면서 ABC방송을 향해 "축하한다. 과거에 해야 했을 일을 해낼 용기가 드디어 생겼다"면서 "키멜은 재능이 '제로'고 (스티븐) 콜베어보다도 시청률이 낮았다"고 했다.
더불어 "이제 지미(팰런)와 세스 (마이어스), 가짜뉴스 방송 NBC의 두 루저만 남았다. 그들의 시청률도 끔찍하다. (폐지)하라 NBC!!!"라고 덧붙였다. 지미 팰런이 진행하는 NBC방송의 간판 토크쇼 '더 투나잇 쇼', '레이트 나잇 위드 세스 마이어스' 등의 폐지까지 요구했다.
지미 키멜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정책을 여러 차례 비판했었다. 특히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SNS 게시물을 그대로 읽은 뒤 "아직도 깨어 있다니 놀랍다. 감옥 갈 때가 지나지 않았나"라고 비꼰 발언은 화제가 됐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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