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준경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이 19일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 협상과 관련해 “우리 외환시장에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한국 외환시장이 불안해지는 건 미국도 원하는 게 아닐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반도체 최혜국 대우 약속을 이행할지에 대해서는 “(미국과) 신의성실 원칙 하에 잘 얘기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하 수석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3500억달러 대미 투자펀드 협상에 대해 “우리가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건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는 디테일을 논의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미 관세 후속 협상 핵심인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펀드를 놓고 미 측은 직접 투자를, 우리나라는 대출 보증 형태의 ‘금융 패키지’를 주장하고 있다. 하 수석은 “지난 7월 30일 관세협상 타결 이후 외환시장 흐름을 보면, 환율 흐름이 조금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3500억 달러 투자 펀드가) 벌써 외환시장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했다. 3500억달러라는 대규모 투자가 달러로 이뤄지게 되는 만큼, 투자가 이뤄질 때마다 달러 환전 수요가 늘면서 원화 가치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하 수석의 설명이다. 일본의 경우 미국이 투자 대상을 정하면 45일 내에 자금을 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율의 관세가 부과된다.
하 수석은 “대미 투자를 위해 미국에 돈을 보내는 데 따른 우리 외환 시장 불안정을 미국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에게 문제가 생기면 미국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한국이 미국에 요구하는 ‘대체 제안’을 미국이 완전히 무시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취지다. 한국은 미국에 무제한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을 요구한 상태다.
하 수석은 지난 7월말 관세협상 타결 당시 미국이 약속했다는 반도체 최혜국 대우에 대해선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나왔던 얘기”라며 “신의성실 원칙 하에서 얘기 중이라 좋은 방향으로 가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미국이 반도체 최혜국 대우를 약속함에 따라 한국도 유럽연합(EU)과 같은 15%의 품목관세가 부과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미국과의 관세 후속협상이 지연되면서 자동차 품목관세 인하는 물론 반도체·의약품 최혜국 대우 등도 확신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반도체나 의약품은 자동차보다 이익률이 더 높아 관세를 더 낼 수 있다”고 경고를 날렸다. 일본도 미국과 합의한 관세협상 문서에 반도체와 의약품 사안을 적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하 수석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하 수석은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에 대한 금산분리 규제 완화 요구에 대해 “금융과 산업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기존 제도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다면 (변화의) 필요성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저신용·저소득자 높은 금리를 부담하는 건 역설적’이라는 발언에 대해선 “선진국에서도 약탈적 금융에 대한 얘기가 많다”며 “정책금융이 재정과 비슷한 역할을 하니 서민에게 도움줘야 한다는 취지에 맞게 운영하는 게 좋다”고 했다.
이밖에 “올해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경제 성장률은 예상치인 0.9%를 달성할 것”이라며 “내년엔 1% 이상 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세제를 포함해 주택 관련 정책은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도록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준비 중”이라고 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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