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가 미국의 수입차 관세에 대응해 40% 안팎인 현지 생산 비중을 2030년까지 80% 수준으로 높이기로 했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미국 생산 차종도 늘린다. 관세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미국 시장 점유율도 끌어올리려면 현지 생산 확대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본 것이다. 현대차는 단기적으로 미국 차값 인상 대신 판매를 늘리는 식으로 관세 충격을 끌어안기로 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경영자(CEO·사장)는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2025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미국 판매 차량의 80% 이상을 현지에서 생산해야 시장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성장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현대차는 지난해 미국에 판매한 91만2000대 중 39.5%인 36만 대만 앨라배마공장(HMMA)에서 생산했다. 도요타(127만 대·55%)와 혼다(102만 대·72%) 등 경쟁사에 비해 현지 생산 비율이 낮다. 무뇨스 사장은 “HMMA는 효율화를 통해 연 생산량을 40만 대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여기에 올해부터 가동에 들어간 조지아주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생산량을 당초 30만 대에서 50만 대로 확대하기로 한 만큼 모두 합쳐 최대 90만 대를 미국에서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HMGMA 50만 대 증설은 2028년 완료된다.
무뇨스 사장은 제네시스의 미국 생산도 늘리겠다고 했다. 그는 “현대차는 현재 HMMA에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V70만 생산하지만 다른 모델도 현지에서 만들 계획”이라며 “제네시스가 더 성장하려면 미국에서 더 많이 제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내년 출시 예정인 대형 전기 SUV GV90을 미국에서 생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7월 30일 자동차 품목 관세를 15%로 인하하기로 합의했지만,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펀드를 둘러싼 후속 협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현대차 등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25% 관세를 물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지난 16일부터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 관세가 27.5%에서 15%로 인하됐다.
현대차는 이익률 목표를 낮추는 대신 연결 매출 성장률 목표를 3~4%에서 5~6%로 2%포인트 높였다. 더 많은 차를 팔아 관세 영향을 줄이겠다는 얘기다. 현대차는 올 1~8월 미국에서 역대 최대인 65만9319대를 판매했다.
무뇨스 사장은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을 올릴 계획은 없다고 했다. 관세 비용을 가격에 반영했다가 점유율이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무뇨스 사장은 “현대차는 관세 부과 전부터 가격을 인상하며 ‘제값 받기’ 전략을 펼쳐왔다”고 말했다. 그는 “플랫폼 공용화, 생산량 확대, 공장 가동률 제고 등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매출은 극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박신영·빈난새 특파원/김보형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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