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2일 예타 면제를 통과한 5510억원 규모의 ‘지역거점 AX혁신 기술개발사업’은 대구가 끈질긴 노력으로 얻어낸 산업 혁신의 절호의 기회입니다.” 대선 출마로 대구시장직을 사퇴한 홍준표 시장에 이어 내년 지방선거까지 1년 이상 대구시정을 이끌고 있는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행정부시장)은 지난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새 정부의 4대 인공지능(AI) 거점에 대구가 포함돼 AI 산업 혁신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며 “수성알파시티와 제2수성알파시티에 인공지능 전환(AX) 앵커기업을 유치해 대구 역사상 가장 역동적인 산업 혁신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AX혁신 기술개발·제2국가산단 예타 통과

김 권한대행은 최근 AX혁신 기술개발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비롯해 2027세계사격선수권 대회 유치, 제2국가산단 예타 통과 등 굵직한 성과를 거뒀다. 특히 AX혁신 기술개발사업은 1990년대 대구가 국책사업으로 추진한 비(非)SOC 사업 가운데 밀라노프로젝트 이후 가장 큰 사업이다. 로봇, 정보통신기술(ICT), 모빌리티 등 산업계뿐만 아니라 의료계, 대학,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새 정부 출범 이후 AI 3대 강국 실현이 국정의 핵심 아젠다로 등장한 가운데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AI 특별열차’에 올라탄 곳은 전북(피지컬AI), 경남(LAM), 광주(AI 실증)와 대구(지역거점 AX혁신 기술개발)뿐이어서 전통적 산업도시 대구가 갖는 기대는 그만큼 크다.
홍 시장이 시장직을 내려놓은 후 굵직한 대구 현안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쉽게 해결되지 않는 답답함이 도시를 감싼 가운데 들려온 이 같은 낭보는 그러나 그냥 주어지지는 않았다. 관가에서는 ‘새 정부 국정과제를 기획한 국정기획위원회에서조차 대구가 가장 많이 들락날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4대 거점에 대구 당당히 이름 올려”
김 권한대행은 먼저 더불어민주당 정부와 여당에 고마움을 분명히 했다. 그는 “글로벌AX 예타 면제는 지난 정부 때 시작한 기획이어서 정권 교체 후 사업 내용이 일부 바뀌고 예타 면제 통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것도 사실”이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획재정부가 흔들림 없이 잘해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여권, 여당에 고맙다”고 전했다. 그는 “대구가 1970~1980년대 제조업 중심으로 산업화를 이끌었지만, 이제는 첨단산업으로 재구조화해 거듭나야 한다는 내용이 대선 지역 공약에 쭉 담겼었다”며 “대구를 AI 로봇 수도 및 바이오메디컬 허브로 조성하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가 이번 예타 면제 사업에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노무현 정부 때 쌓은 네트워크 큰 도움
김 권한대행은 최근 대구의 현안 해결 과정에서 “과거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행정관과 행안부 조직국장을 지내면서 쌓은 인맥이 대구 현안 돌파와 해결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 시절 행정관으로 함께 일하며 국정 철학을 공유한 대통령실 수석, 기획재정부 수장, 국회기재위 인사 등 그의 네트워크는 생각보다 넓고 강하다. “대구 현안에 대해 다른 시·도보다 설명이 부족했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열심히 뛰었다”고 밝힌 김 권한대행은 “무엇보다 정치색 없이 정책을 갖고 일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을 그분들이 아니까 선입견 없이 대구를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정권 교체로 자칫 리더십 공백이 발생할 야당 도시 대구의 위기 상황에서 조용한 가운데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구 산업계와 AX정책포럼을 꾸리며 산업계 의지를 새 정부에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한 허소 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과도 노무현 정부 때 같이 일했다. 김 권한대행은 “마지막 고비였던 예타 면제 통과는 물론 대구 현안과 관련해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권한대행 체제라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이는 직무 유기로 시민들의 피해가 너무 클 것”이라며 “민생과 안전은 물론 대구 현안을 더 적극적으로 해결하고겠다”고 강조했다.
◇앵커기업 투자 유치 주력
김 권한대행은 “지역거점 AX혁신 기술개발사업은 이제 시작이라며 적정성 검토 등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앵커기업 유치가 가장 중요하고 중앙정부도 그 부분을 잘 설계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투자 실현을 도울 초기 수요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연말을 목표로 추진 중인 SK데이터센터도 대구시의 지능정보화 사업 등 공공수요 확보를 통해 초기 수요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고부가 산업 전환과 인재 양성도 중요
김 권한대행은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의 전환과 인재 양성에 대해서도 분명한 철학을 밝혔다. 그는 “첨단산업 공급망이나 밸류체인을 보면 이제 국경이 사라지면서 부가가치의 80~90%는 연구개발, 디자인, 마케팅에서 나오고 저숙련 노동자가 밀집한 제조 분야의 부가가치는 10~20%뿐”이라며 “대구도 고부가가치와 고숙련 노동자의 비중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거점 AX혁신 기술개발사업이 바로 이 일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 미래 산업의 큰 축인 로봇산업이 중요한 이유도 바로 이 같은 산업과 노동의 부가가치 변화에 있다고 분석했다.
김 권한대행은 “최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강화되면서 산업 현장의 안전이 중요해지고 한·미 관세 협상으로 기업도 비용 절감을 위한 극한 경쟁에 들어섰다”며 “대구가 추진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등 AI 첨단로봇 연구개발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의 라이즈 사업도 5년, 10년 후 기업과 산업 현장의 노동 수요를 반영해 치밀한 전략이 수립되고 고부가 고용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산업 육성 못지않게 인재 양성도 중요하다”며 “현재 정부와 지자체가 추진 중인 라이즈(RISE) 사업도 대학보다는 수요자인 기업과 학생들 입장에서 운용되도록 지혜를 모으겠다”고 했다.
◇문화예술 창조 인재 대구에 머물게 할 것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인 대구의 문화예술을 창의 인재의 대구 정착을 위한 전략 분야로 육성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김 권한대행은 “대기업 유치 못지않게 지방 대도시들은 소프트파워를 키워 부가가치가 높은 문화예술 관광과 연계한 콘텐츠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한해 예술대학에서 1500명의 인재가 배출되는 대구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뮤지컬과 오페라축제, 월드오케스트라 시리즈 등 예술과 문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도시 재창조 기반 마련도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대구시청 산격청사 자리에 추진하는 국립뮤지컬콤플렉스와 국립근대미술관 등 국립문화예술 허브 조성 사업이 내년 예타 대상에 선정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권한대행은 “부산이 영화 도시라면 뮤지컬인들은 대구를 뮤지컬 수도로 보고 있다”며 “내년에 20주년을 맞는 대구뮤지컬축제가 K뮤지컬의 허브이자 세계로 가는 플랫폼이 되도록 내년 국비도 크게 늘렸다”고 공개했다. 김 권한대행은 “새 정부가 경제 분야의 AI만큼 문화산업 강국 육성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에 국정 기조에 맞춰 대구의 문화예술 현안 해결에도 성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