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총리실은 ‘글로벌 인재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과학·디지털 등 각 분야 전문가를 영입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중 최상위급 전문가의 비자 수수료를 폐지하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세계 상위 5개 대학 출신자나 권위 있는 상을 받은 인재 등에게 비자 수수료를 면제할 방침이다.
영국은 2020년부터 ‘글로벌 인재 비자’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과학·공학·인문학·의학·디지털·예술 분야 전문가가 대상이다. 비자 취득 시 5년간 체류할 수 있으며 연장도 가능하다. 일정 조건 충족 시 영주권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비자는 취득이 힘들고 비용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글로벌 인재 비자 신청비는 766파운드(약 140만원)다. 가족 동반 시 배우자와 자녀도 동일한 수수료를 내야 한다. 여기에 통상 1인당 연간 1035파운드의 건강 부담금까지 부과된다. 영국 정부 관계자는 FT에 현 글로벌 인재 비자 제도를 “관료적 악몽”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비자 절차를 더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전문직 비자 수수료 인상이 영국의 비자 제도 개혁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인재를 유치할 때 미국보다 비용 면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문직(H-1B) 비자 수수료를 1000달러에서 10만달러로 올리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FT는 “영국의 비자 제도 개혁안은 미국 행정부가 전문직 비자 수수료 인상을 발표하기 전부터 논의돼 왔다”면서도 “트럼프의 결정이 영국의 정책 추진자들에게 동력을 불어넣었다”고 짚었다.
오는 11월 예정된 예산 발표도 비자 제도 개편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영국 정부는 비자 제도 개선을 통해 인재를 유치하고 경제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예산책임처(OBR)가 경제 전망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에 대비해 규제 완화와 해외 투자 유입을 위한 개혁안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초 노동당은 “핵심 전략산업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인재들에게 신속한 비자 절차를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영국 정부 관계자는 “이번 논의는 순이민 억제 정책의 의지를 약화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가장 우수한 인재들을 영국에 데려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내무부는 순이민자를 억제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 비자 제도 개선이 이와 상충되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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