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은정이 6개월 100회 대장정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함은정은 지난 18일 KBS 2TV 일일드라마 '여왕의집' 종영을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연기하는 내내 다양한 감정이 휘몰아치고, 다채로운 상황에 직면했는데, 그 과정들이 재밌었다"며 "연기가 더 재밌어진 시간이었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여왕의 집'은 완벽한 삶이라고 굳게 믿었던 여자가 인생을 송두리째 강탈당한 뒤 벌어지는 인생 탈환 복수극이다. 함은정이 연기한 강재인은 유복한 집에서 사랑받고 자란 외동딸이자, 사랑이 전부인 줄 알고 부모님이 반대한 남편을 만났지만, 아이의 죽음, 남편의 불륜을 연이어 알게 된 후 복수를 꿈꾸게 되는 인물이다.
인터뷰 장소에 목발을 짚고 등장한 함은정은 촬영 종영을 앞두고 "인대가 찢어졌다"면서도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제가 다친 것을 알면 몰입이 안 될 거 같아서 최대한 숨겼다"면서 환한 미소를 보였다.
그룹 티아라로 최정상의 자리에 오르기 전부터 아역배우로 연기를 해왔던 함은정은 "그래서 일일드라마에서 선배님들과 연기하는 게 좋고 편했다"고. 연기를 먼저 시작했고, 티아라로 활동한 시간보다 연기자로 활동한 기간이 훨씬 길지만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게 "억울하지 않냐"는 질문에도 "그게 맞지 않냐"고 반문하며 "티아라로 활동한 덕분에 많은 것도 얻어서 괜찮다"면서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일일드라마에 연이어 출연하며 이미지가 굳어지면 어떡하냐?"는 주변의 우려에도 "엄마가 그러셨다. '연기나 잘하라'고"라며 "연기나 잘하려 한다"고 시원시원하고 똑 부러지는 답변을 이어갔다. 다음은 함은정과 일문일답.

▲ 다리가 불편한 모습이다.
= 티아라 활동을 하면서 다친 쪽인데, 빗물이 있던 곳에서 미끄러져 또 인대가 찢어졌다. 15회차 정도 목발 하면서 찍었다. 몽골도 티아라 공연 다녀왔다. 30분 넘는 공연도 했다. 7곡 했다. 물론 앉아서 하긴 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숨기려고 노력했다. 드라마 볼 때 보기 시작하면 몰입을 못 하니까. 그래서 최대한 그런 일 없길 바랐다. 인터뷰 전까지 어떻게든 나으려 했는데, 쉽지 않더라. 그래도 드라마 제작팀들도 우리 회사도 그렇고 다친 게 알려지지 않도록 많이 도와줬다. 팬들에게도 제가 '비밀이다'고 하니, 잘 지켜주셨다. 내일 종방이라 괜찮을 거 같다.
▲ 인대가 찢어져도 임했던 드라마가 끝났다.
=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다. 재인으로 연기하는 게 재밌었다. 재인의 그다음 삶도 살아보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그래도 체력적으론 쉴 수 있어서 좋은 거 같다. (웃음) 이제야 긴장이 풀렸는지 잠이 쏟아진다.
▲ 재인의 어떤 모습이 재밌었나.
= 전개가 빠르고 한 회에도 2, 3개의 감정을 넣어주신다. 등, 퇴장도 많고. 그래서 여러 감정을 보여주고,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게 빨라서 재밌었다. 그리고 하나의 감정에도 그 속에 깔린 여러 내면을 보여주는 게, 어려우면서도 재밌었다.
▲ 시청자 호평이 많았다.
= 정말 감사하다. 전 정말 반응을 다 찾아본다. (웃음) 시청자들은 확실히 잘할 때 '잘한다' 해주시고, 못할 때 '못한다' 한다. 그래서 시청자 의견을 무조건 따른다. 맞는 말씀만 해주시니까. 촬영 내내 감독님들이 세심하게 잡아주셨다. 메인 연출을 맡은 홍은미 감독님은 빠른 전개를 할 땐 스피드한 연출력이 잘 맡았고, 헷갈릴 땐 확실히 잡아주셨다. 공동연출인 홍석구 감독님은 베테랑 감독님이라 심리와 심연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셔서, 역할이 매력 있게 보인 거 같다. 가장 기분 좋았던 칭찬은 '늘었네'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악역이 기대된다'는 말도 신선했다. 재인이 착한 캔디만은 아니라 그런 반응도 좋았다.
▲ 복수극은 처음이었다. 캐릭터 연구할 때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을 거 같다.
= 출연 제안을 받을 때 시놉시스를 받지만, 뒤 내용은 생각 안 하고 연기하려 신경 썼다. 초반에 온화하고, 우아하고, 부족함 없는 사랑 받고 자란 그런 마음에 여유가 넘치는 그런 자세를 유지하려고 했다. 그러면서 대본에 맞춰 그때그때 변신을 했다. 안 그러면 '생각한 것과 다르네' 이런 지점이 생길 거 같더라. 그래서 '일단 해보자' 이렇게 접근했더니 역으로 정답이 생겼다. 복수에 대한 건, 행복하다 그게 깨질 때 복수심이 불타오르니까, 행복한 감정에 더 집중했다. 살면서 한번 겪을 일들이 재인에겐 계속 쏟아지니 그 이후에는 그 부분에 집중했다. '오죽하면' 이라는 마음이 들도록 중점을 뒀다.
▲ 일일극이라 6개월간 긴 호흡을 유지하는데, 캐릭터가 변화무쌍한 게 체력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힘들지 않았을까.
= 똑같은 걸로 길었으면 더 힘들었을 텐데, 새로운 게 계속 나오니 힘이 났다. '재밌는데' 이러면서. 그래서 다시 셋업을 하고. 티아라를 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변신을 하며 앨범이 나오는 데, 이미지가 확확 바뀌는 게 저에겐 호감이었다.
▲ 결론에 만족할까? 재인은 엔딩 이후 어떤 삶을 살까.
= 재인이 잃었던 건 다 다시 찾는다. 다만 엄마의 상태가 호전되면 좋을 텐데, 그러진 못했다. 아이와 남편이 있었던 따뜻하고 화목한 가정은 없어졌지만, 그래도 많은 걸 되찾아서 개인적으로 만족하는 결말이다. 재인은 회사를 경영하는 회장님이 돼 영향력 있는 경영인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그리고 돌싱으로 본격 연애도 하고.(웃음)
▲ 재인과 싱크로율은 어떨까.
= 저는 그렇게 복수를 못 할 거 같다. 이게 내 운명이려니 하고 받아들이고 살 거 같다. 중후반부터는 싱크로율이 50% 정도밖에 안 된다. 큰일을 겪고, 복수는 하지 않지만 담담히 받아들이고 다음 스텝으로 가는 건 닮았다.
▲ 시가의 가스라이팅에 남편의 불륜도 있다 보니 '여왕의 집'을 촬영하며 비혼을 생각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 저는 전혀 그렇지 않다. 시어머니와 남편이 문제다. 남편의 불륜은 재인의 탓도 있었던 거 같다. 분가해서 살았으면 괜찮았을 거 같은데 싶더라. 시댁과 친정을 멀리서 살았다면 문제가 안 됐을 거 같다. 기찬(박윤재 분)이 계속 말하는 게 '장인, 장모님 압박감이 커서 그렇지, 재인은 좋았다'고 하지 않나. 이걸 보면 혈압은 오르지만, 좋았던 때도 있어서 전 결혼에 대해 긍정적이다. 결국은 다 세리(이가령 분) 때문이다.(웃음)
▲ 원하는 배우자상이 있을까.
=전 기찬이 괜찮은데. 일터에서도 열심히 하고, 가정에서도 열심히 하려고 하지 않나. 물론 많은 남성이 노력하는 일인데, 양쪽에서 자기 몫을 하는 게 힘드니까. 그걸 해내는 사람, 그걸 노력하는 사람이 좋다.
▲ 일일극은 촬영 기간도 길고, 스튜디오 촬영이 많아 대기실에서 같이 밥도 해 먹는다고 하더라. 이번에도 그랬을까.
= 이번엔 그러진 못했다. 1TV는 따뜻한 분위기고, 생활 연기가 있다면, 여기는 생활과 동떨어진 전개들이 펼쳐진다. 그래서 대사량도 많고, 감정도 깊다. 그러다 보니 해 먹진 못하고, 시켜서 같이 먹기만 했다. 다들 너무 빨랐다. 이전엔 같이 밥도 해 먹고 하는데, 옷도 많고, 대사도 외워야 하고. 리허설에 따라 소품도 달라지는 게 있어서 습득할 것도 많았다. 치열한 서바이벌 속에 학구적 분위기였다. 모두가 같이 집중하는 분위기였는데, 그게 화면에도 담겼다.
▲ 지난해 '수지맞은 우리' 종영 후 '일일극의 여왕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여왕의 집' 주인공이 됐다.
= 그렇게 여왕이 제목인 드라마를 하게 됐다.(웃음) '수지맞은 우리'가 끝나고, 어머니 작고가 있었고, 연말 시상식이 끝나고 바로 제안받았다. 저에겐 쉴 틈이 없었는데, 그게 상쇄가 될 정도로 재밌었다. 단단하고 짱짱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란 욕심이 생겼다. 너무 감사했다. 한 방송사에서 연이어서, 연기대상 4년째 참석인데, 상을 받든 안 받든 이렇게 작품을 계속하는 게 감사했다.
▲ 아이돌로 데뷔하기 전부터 연기를 했고, 경력을 보면 걸그룹보다 연기가 월등히 길다. 그런데도 '걸그룹 출신' 꼬리표가 붙는 게 억울하지 않나.
= 티아라였기 때문에 인기도 많이 얻고, 사랑도 많이 받고, 지금까지도 공연하러 다닐 수 있는 사람이 됐다. 얻는 게 더 많았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는 지론을 믿는다. 티아라로 활동하다 보니 그 시기에 일상이나 사회적 경험이 없다. 그래서 저의 감정과 경험이 적을 수 있다는 거, 그리고 영화나 소설을 보는 시간이 줄었다는 거, 연기에 집중하는 기간을 잃은 건 맞지만, 티아라도 소수의 사람만 받을 수 있는 큰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지금부터 연기를 집중해서 공부해야지 생각하고 있다. '수지맞은 우리'를 할 때 (백)성현이가 저에게 '외도가 길었잖아' 하니까 확 와닿더라. 그래서 그 차이를 채우는 시간이 진지하게 들었고, 그들이 못하는 춤, 노래도 잘하고, 해외에 계신 팬도 있어서 좋다고 생각한다. 요즘도 '함은정 닮은 사람 나왔네 했는데 함은정이야' 하는 반응이 나오니까 재밌고.
▲ 올해로 연기 데뷔 30년이다. 배우 함은정으로 느끼는 만족감은 어떨까.
= 같이 하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걸 점점 깨닫는다. 잘나가든 사람이든 못 나가든 사람이든 능력치가 다 있는데, 장점만 봐주려고 하고, 모아서 작품을 만들면 확실히 좋은 시너지가 난다는 걸 느끼는 거 같다. 그건 변하지 않는 법칙이다. 또 아역부터 해서 그런지 '선배님들이랑 잘 지낸다'는 말은 듣는다. 그게 저에겐 감사하다. 선배님들도 편하게 대해주시고, 저도 편하게 묻는다. 그래서 촬영장에서 느끼는 만족감도 꽤 높다. 제가 가는 길이 그런 거 같다. 너무 감개무량하고 감사하다.
▲ 일일드라마에 계속 나오다 보니까,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에 우려하는 반응도 있다.
= 연기나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웃음) 그게 우리 엄마 명언이었다. 저도 한때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다 이번에 정말 깨달았다. 연기 잘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엄마 말이 200번, 300번 맞다고 싶었다. 저런 경지에 오르는 선배님들이 계신 데, 그게 먼저다 싶더라. 일일드라마 주인공 계속하는 것도 얼마나 좋나. 멋있는 거 같다. 그리고 열심히 하면 시청자분들도, 관계자분들도 알아보시는 거 같다. 세트는 세트에 맞게, 야외는 야외에 맞게 그렇게 집중해서 맞춰서 연기하려 한다. 그렇게 조금씩 표현하다 보면 장인이 될 거 같다.
▲ 일일드라마가 호흡이 기니까, 연기력이 늘었다 느끼는 부분도 있을 거 같다.
= 정확하게 뭐가 늘고, 뭐가 후퇴할 지 알 거 같다. 유연성 있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은 강점이다. 감정을 전달하는 장치가 시간 때문에 축약돼 있어 그 부분에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이걸 하다 보니 차분하게 누르는 연기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어떤 장르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고 생각한다. 연기에 대한 욕망이 정말 크다.
▲ 연기자로 얻고 싶은 타이틀이 있나.
= '함은정 나오는 드라마는 재밌다'는 말을 듣고 싶다. 정말 무서운 말이고 얻기 어려운 말이다.
▲ 함은정에게 '여왕의 집'이란?
= 친정집 같다. KBS가, 이 드라마가, 집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 이전에 함께했던 분들과 다시 하니까 편안한 분위기가 있었고, '전작이 잘 돼 캐스팅된 거야' 하니까. 또 원톱 주연으로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만들어준 드라마다. 저 혼자 있는 포스터를 보고 알았다. '다 같이 하는 거다' 생각하다가, '그렇구나, 내가 잘해야 하는구나' 싶었다.
▲ 지난해 연기대상에서 우수상 받았는데, 올해엔 더 큰 상이 욕심나진 않을까.
= 제가 받으면 좋겠지만, 편집상, 미술상 이런 걸 받았으면 좋겠다. 편집, 음악도 보면 너무 세련됐다. 예고편도 어그로가. 정말 도파민이 터진다. 너무 재밌다. 고퀄리티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힘쓰신 게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청자분들에게 감사하다. 휴가 기간에도 챙겨봐주신 분들도 감사하다.
▲ 티아라 활동도 기대할 수 있을까?
=팬미팅, 공연 제안은 계속 온다. 팬들도 다양하게 만나 뵙고 싶다. 해외뿐 아니라 한국 팬들도 만나고 싶다. 일일드라마를 보고 팬이 됐다는 친구들도 있어서 이제는 전 연령이 다 올 수 있는 공연이 되는 거 같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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