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23일 11:0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이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장기간 주가를 조작해 온 대형 작전세력을 적발했다. 종합병원과 대형 학원 등을 운영하는 ‘슈퍼 리치(고액자산가)’와 전직 사모펀드 임원, 금융회사 지점장 등 금융전문가가 결합해 벌인 조직적 범죄다.
당국은 이들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조작에 이용된 계좌를 전격 동결했다. 자본시장법상 지급정지 조치가 실제 사건에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회적 명망가·금융전문가 결탁
금융위·금감원·거래소 등이 뭉친 합동대응단은 23일 “2024년 초부터 현재까지 특정 종목의 주가를 장기간 은밀하게 조작해 4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세력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종합병원과 학원, 한의원을 운영하는 재력가들이 금융전문가와 손잡고 꾸민 범죄다. 수십 개 계좌를 동원해 수만 회에 걸친 가장·통정 매매로 투자자를 기망했다.
이들이 현재까지 확보한 시세차익만 230억원에 달한다. 아직 처분하지 않은 보유 주식도 약 1000억원어치에 이른다.
이들은 평소 거래량이 적은 종목을 표적으로 삼았다. 법인 자금과 금융회사 대출금을 끌어 모아 1000억원 이상을 조달해 해당 종목 유통 주식 물량의 상당수를 매집해 가격을 쥐락펴락했다. 매수 주문량이 시장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였다.
이어 고가 매수, 허수 주문, 시·종가 관여 등 다양한 수법으로 장기간에 걸쳐 주가 상승세를 연출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시세조종 주문을 내며 거래가 활발한 것처럼 꾸몄다.
주문 IP를 조작하거나 경영권 분쟁 상황을 악용하는 등 감시망 회피 전략도 동원했다. 그 결과 1년 9개월 만에 해당 종목 주가는 조작 전보다 약 두 배로 뛰었다.
이번 사건은 금감원이 시장감시 과정에서 처음 포착했다. 혐의자들이 대량 보유 주식을 한꺼번에 처분하지 못하도록 합동대응단은 내사 사실을 철저히 숨겼다. 대신 매매자료와 자금흐름을 정밀 추적하며 증거를 축적했다.
이후 금융위 강제조사권을 활용해 자택과 사무실 등 10여 곳을 전격 압수수색했고, 증권선물위원회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올해 4월 새로 도입된 지급정지 제도를 처음 적용해 혐의자 계좌를 막았다.
“주가 조작하면 패가망신 본보기”
이번 사건은 합동대응단이 출범한 뒤 첫 성과다. 금융위·금감원·거래소의 불공정거래 감시·조사 전문인력들이 긴밀히 소통·협업해 이뤄냈다는 설명이다. 금융범죄 중점 검찰청인 서울남부지검도 이번 사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에 신속히 협조했다. 합동대응단은 “유기적이고 신속한 공동대응으로 범행을 즉시 중단시키고 증거를 확보한 동시에 투자자 피해 확산을 막았다”며 “소위 ‘엘리트’ 집단의 치밀하고 지능적인 대형 주가조작 범죄를 진행 단계에서 차단했다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합동대응단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 등을 기반으로 신속히 추가 조사를 마무리하고 엄정조치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부당이득의 최대 2배에 달하는 과징금 부과, 금융투자상품 거래 및 임원선임 제한 등의 신규 행정제재를 적극 적용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의 본보기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합동대응단은 다른 중대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를 이어간다. 합동대응단은 “거래소의 밀착 감시로 포착된 사건에 즉각 대응해 주가조작 세력이 다시는 자본시장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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