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의료원 권역외상센터에 외상외과 전담 간호사로 입사한 간호사 A는 3개월 간의 수습 기간을 두고 신규 임용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채용 공고문에는 직원인사규정에 의거하여 수습 기간 근무 평가를 시행하고 수습 기간 중 근무 성적이 극히 불량하거나 임용 결격사유가 발생한 경우 임용을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수습 기간이 끝난 뒤 A는 근로계약 종료 통보를 받게 되었는데 A는 외상센터에서 치른 시험은 직장 내 괴롭힘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불공정하며, 응급실로 근무지를 변경한 뒤 이뤄진 평가 또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한 이후 보복 조치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근로계약 종료 통보는 부당한 것이라며 법원에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A가 주장하는 직장 내 괴롭힘과 보복 조치는 무엇이었을까요?
<i>#잦은 실수와 미흡한 간호사에 대한 공개 질책과 업무 배제</i>
A는 채용될 당시 지원 자격에 해당하는 간호사로 타 병원 응급실에서도 2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근무를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처음 실시하는 심폐소생술에서 미흡한 모습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A의 교육을 담당하는 현장지도자인 B가 “응급실 2년 경력자 출신이라면서 심폐소생술도 제대로 못하냐?”라며 공개적인 질책을 하였고, A의 잦은 실수와 미흡한 모습을 보고 “선생님은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그냥 옵저베이션만 하세요”라고 지시하여 5시간 동안 주어진 일 없이 대기를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B는 A의 근무 내용과 관련하여 ‘주별평가노트’를 작성하였는데 6주 차까지 100점 만점에 70점을 넘은 적이 없었습니다. 또한 3번의 시험을 거쳐 6주 차 종합 시험에서는 대부분의 답을 작성하지 못하였고 재시험에서도 크게 향상되지 않았습니다.
<i>#응급실에서의 평가는 괴롭힘 신고에 대한 보복 조치</i>
A는 B를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 정식 조사를 신청하였고, 조사 기간 중에는 응급실로 근무 장소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응급실에서 실시한 시험에서도 A는 낮은 점수를 획득하였고, 결국 A는 수습 평가에서 68점을 받아 정규직 임용이 취소되었습니다.
그러자 A는 B로부터 받은 괴롭힘 피해는 물론 응급실에서의 불공정한 평가는 괴롭힘 신고에 대한 불이익 조치라고 주장하며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하고 이후 법원에 소송을 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A의 해고무효확인 청구를 기각하면서 A가 신고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하여도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수원지방법원(수원지방법원 2020가합20923 해고무효확인)은 의료원이 행위자로 지목된 B와 외상외과전담간호사 19명을 참고인으로 조사한 결과, A의 신고 내용 중 ‘응급실 출근’이라는 말과 ‘옵저베이션만 하도록 지시’한 사실에 대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선 정도로 보기 어렵고 그 외의 주장에 대하여는 사실 확인되지 않거나 업무 범위 내라는 판단과 고용노동청의 사건에 대한 행정 종결을 사실로 인정하며,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
법원은 “의료원의 채용 공고에 따르면 의료원으로서는 최소한 어느 정도 숙련성을 갖춘 간호사를 채용하고자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A는 의료원이 요구하는 숙련성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A의 현저히 저조한 성적을 객관적 근거로 삼았습니다. 또 수습 기간 근무 평가 의견서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할 수밖에 없고 수치로 계량화하기 어려운 정성적 항목들, 예컨대 근무태도, 업무 의욕, 직장동료들과의 인간관계 등을 포함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였습니다.
특히 B가 교육 목적을 벗어난 폭언을 했다는 것과 관련해서는 “외상센터는 응급의료센터의 상위개념으로 일반 응급실에서의 처지 범위를 넘은 중증외상 환자에 대하여 즉시 응급수술과 치료가 필요한 곳이어서, 매우 위중하고 급박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근무하는 간호사에게는 고도의 전문성과 숙련성이 요구되며, B가 A를 교육하는 입장에서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지 않는 한 자신의 재량으로 원고에게 지시할 수 있고, A가 간호사로서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가르쳐야 하는 지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피해자는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정신적 고통으로 인식하며 그 원인이 되는 상대의 언행에 대한 부당함, 불공정성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주관적으로 인식한 피해의 결과는 그 원인에 대해서도 피해자 입장에서는 주관적인 잣대가 작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원인이 되는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을 판단하는 요건 즉 '업무상 적정범위'를 판단하는 것으로, 판단의 대상이 되는 언행이 업무상 필요성이 있는지, 업무상 필요성이 있다하더라도 언행의 전후맥락과 그 수위가 업무상 적정범위를 벗어나는지를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이 사안에 있어서 법원은 외상센터의 전담 간호사의 업무 특성을 고려하였습니다. 고도의 전문성과 숙련성이 요구되는 업무에서 피해자의 업무상 실수나 미흡함에 대한 지적이 충분히 있을법한 상황이었고, 당시 B의 언행이 비록 A의 입장에서는 불편하게 들렸을 상황이기는 하지만 B가 어떤 목적과 필요성을 가지고 했던 언행인지, 또 그와 같은 지적을 할 수 있는 권한이나 재량이 있었는지를 살피고 그 태도와 결과에 있어서도 적정범위를 벗어난 것은 없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많은 경우 '업무상 적정범위'에 대한 판단이 어려운데 이때 피해자의 주관적 평가나 감정에 기대어 “그 정도면 기분이 나빴겠어. 좀 지나쳤네”라고 보지 않기 위해서는 사업장의 업무 특성이나 조직문화를 고려하여 업무상 적정범위에 대한 기준이 내부 구성원들에게 충분히 교육, 공유될 필요가 있습니다.
박윤진 행복한일노무법인 고충예방센터장 /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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