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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대신 무인모텔 '영끌'…30대 신혼부부 대박 났다는데 [권용훈의 직업불만족(族)]

입력 2025-10-05 07:00   수정 2025-10-05 09:28


“신혼집 아파트 대신 남편과 영끌(대출과 자금을 최대한 끌어모아 투자)해서 지방에 망한 무인모텔을 샀습니다. 남들은 '경험도 없이 너무 무모하다', '분명 망할거다'라고 손가락질했지만 결국에는 손님들이 다시 오고 싶어할 만한 호텔로 바꿔냈습니다.”


부동산 개발 회사에서 커리어를 쌓아 최연소 임원까지 올랐던 하도아 씨(37)는 결혼 후 7년 만에 다니던 회사를 떠났다. 안정된 직장을 내려놓고 선택한 건 지방의 ‘망한 무인모텔’이었다. 낡고 방치된 건물이었지만, 그는 이곳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고 한다.

퇴사 직후 그는 남편과 함께 수도권의 신혼집 아파트 대신 지방의 무인모텔을 매입했다. 총 객실일 26개에 불과해 일반 모텔 방식으로는 수익이 불가능해 보였던 매물이었다. 하 씨는 “외형은 낡았지만, 활용가능한 공간이 넓어서 잘 개선하면 ‘사람들이 다시 찾고 싶은 호텔’로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무인모텔 리모델링은 과정부터 난관이었다. 낡은 건물 구조를 뜯어내는 데만 예상보다 시간이 두 배 이상 걸렸고, 안전 규정을 충족하기 위해 추가 공사와 비용이 필요했다. 인테리어 자재도 중간에 단종돼 공정이 지연되는 등 뜻하지 않은 변수가 잇따랐다. 공사 자금을 아끼기 위해 부부가 직접 공사를 진행하다 고열로 쓰러지기도 했다. 하 씨는 공사 과정을 인스타그램 등 SNS에 공유하며 예비 손님들과 소통하며 신뢰를 쌓았고, 오픈 전부터 예약 문의가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하 씨의 호텔은 운영을 시작한 지 1년도 안 됐지만 월 매출 1억7500만 원, 객실 점유율 98%를 기록했다. 하 씨는 “요즘 대부분 시설에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무인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는 반대로 작은 서비스도 사람이 직접하는 '유인화'를 선택했다"며 "손님이 대접받는다는 느낌이 들 수 있게 다시 찾아올 이유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처음엔 어떤 일을 하셨나요? 회사 생활은 어땠습니까?
저는 부동산 개발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슬럼화된 지역을 상권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맡았는데, 현장에서 사람들 만나고 문제를 직접 풀어가는 과정이 너무 재밌더라고요. “공간이 사람을 바꾼다”는 걸 온몸으로 느낀 시기였죠. 4년 만에 연봉 1억 5000만원(세전)을 받는 최연소 임원도 됐고, 7년 동안 회사를 함께 키워왔습니다.

▷ 안정적인 직장을 왜 그만두셨나요?
임원이 되고 나니까 현장에서 뛰기보다는 보고서 보고, 갈등 중재하고, 관리하는 일이 대부분이었어요. 제가 잘하고 좋아하는 건 직접 발로 뛰며 공간을 바꾸는 일이었는데,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걸 느꼈죠. 회사가 커지면서 초기에 세웠던 ‘사람이 행복한 공간’이라는 업무 목표도 흐릿해졌고요. “이대로 10년 있으면 난 뭘 하고 있을까” 생각했는데,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 ‘이 길이 아니다’라는 판단은 언제 확실해졌나요?
회사 분위기가 달라졌을 때였어요. 원래는 문제 있으면 바로 꺼내놓고 같이 해결하는 문화였는데, 어느 순간 다들 바쁘단 이유로 외면하기 시작했죠. 특히 문제가 있는 직원에 대해 여러 번 개선을 요청했는데 그냥 묵살될 때, ‘아… 이곳에선 내가 꿈꾸는 방식으로는 못 일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직업불만족의 본질은 ‘일’이었나요, ‘삶의 방향’이었나요?
일 자체보다 방향이었어요. 목표가 보이지 않으니까 업무에 집중도 안 되고,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의미도 사라지더라고요. 당시에 제가 느낀 직업불만족은 결국 "내가 가야 할 길을 못 가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있다"는 데서 나온 거였습니다.





▷ 퇴사 직후 가장 먼저 든 감정은요?
솔직히 시원섭섭했죠. 7년 동안 제 청춘을 오롯이 회사에 쏟았으니까요. 휴가를 안가면 연차가 계속 적립되는 구조였는데 4개월 정도 쌓여 있었을 정도로 일에만 매달렸거든요(웃음). 그래도 대표님께 솔직히 말씀드렸어요. “정든 회사를 떠나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공간을 호텔로 만들고 싶다”고. 그랬더니 “네가 가장 잘하는 일을 하러 가는 것 같다”며 오히려 응원해 주셨어요.

▷ 신혼부부이신데 ‘망한 무인모텔’을 사기로 한 이유는요?
집 대신 투자 가치가 있는 자산을 찾고 싶었어요. 남편과 둘 다 ‘안전한 선택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철학이 같았고요. 그래서 신혼집 대신 무인모텔을 샀죠(웃음). 처음 보면 “여긴 그냥 망한 건물인데?” 싶지만, 위치·구조·스토리를 바꾸면 사람들이 “다시 오고 싶다”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 매물 상태와 수익 구조의 문제는 없었나요?
처음 인수할 때 객실 25개라서 일반 모텔식으로는 수익 규모의 한계가 있었습니다. 40실 이상 증축을 계획했는데, 허가(용도·주차 법정대수·구조보강)와 공사비가 생각 이상으로 커져 사업성이 급격히 떨어졌죠. 그 지점에서 ‘방을 늘리는 전략’ 대신 숙박을 넘는 체류 경험으로 모델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핵심은 객실 수가 아닌 객실 가치였습니다. 체크인부터 체크아웃까지의 동선·서비스·하드웨어를 전부 계획을 다시 짜고 객단가(ADR)와 재방문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했어요. ‘빠르게 돌리는 숙박’이 아니라, 객실 내 스파·가족 동선·유인 운영을 중심으로 한 체류형 스테이로 재설계한 겁니다. 결과적으로 ‘40실로 늘렸을 때 기대치’를, 26실 체제로도 경쟁력 있게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섰습니다.

매입 조건도 사업성에 맞춰 다듬었습니다. 매물은 유동화회사 보유 자산이었고, 계약 전날까지 가격·조건을 조율해감정가 대비 ‘절반 이하’ 수준(약 23억 원)에 인수했습니다. 규모 확장이 아닌 질적 전환으로 답을 찾겠다는 전제가 있었기에가능한 결정이었습니다.

▷ 리모델링은 어디서부터 시작했나요?
첫 공정은 ‘손님 환대가 시작되는 1층’ 만들기였습니다. 드라이브인 주차면 5개 중 3개를 로비로, 2개를 키즈룸으로 과감히 바꾸고 무인텔 특유의 어둡고 칙칙함을 걷어냈죠. 빛·재료·색을 따뜻한 톤으로 재구성했고, ‘보이는 변화’보다 ‘머무는 감각’을 우선해 벽·조도·동선을 수차례 손봤습니다. 밤마다 도면을 다시 그리며 공간의 결을 다듬었습니다.

예산은 당초 15억 원이었지만 ‘다시 오고 싶게 만드는 요소’를 빼지 않으면서 총 30억 원까지 투입했습니다. 아끼려 시작한 직영 공사였지만 결과적으로는 한땀 한땀 사람의 손이 더 들어간 프로젝트였어요. 남편은 본업을 살려 가스·배관·스팀 라인을 직접 시공했고, 저는 플랜테리어·사인·소품을 제작해 비용을 낮췄습니다. ‘덜 쓸 곳은 정확히 줄이고, 더 써야 할 곳엔 과감히 쓰는’ 원칙을 끝까지 지켰습니다.

설비는 고객 편의를 최우선에 두었습니다. 전 객실에 에어드레서를 비치하고, 장거리 이동 피로를 바로 풀 수 있도록 인룸 스파를 넣었죠. 반얀트리와 동일 사양의 스팀 사우나를 들여 ‘작지만 깊은 행복’을 목표로 했고, 프리미엄 객실 11개에는 식기세척기를 넣어 가족 동선을 가볍게 했습니다. 키즈룸에는 CCTV를 설치해 부모가 식사를 준비하거나 휴식할 때도 아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습니다. 투숙 후기의 한 줄 의견도 놓치지 않고 읽으며 “여기 이렇게까지 생각했구나”라는 감탄이 계속 나오도록 디테일을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웃음)



▷ 유인 운영 요소는 어떤 게 있나요?
요즘 대부분의 시설들이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무인화를 택하지만 저희는 반대로 생각했어요.고객들을 감동시키는 따뜻함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체크인 단계에서 직원이 일정에 맞춰 동선과 로컬 맛집을 직접 안내합니다. 객실에 기본 비치되지 않은 대여 물품 20종 이상(추가 침구, 가습기, 유아용품, 미용용품, 콘택트렌즈 케이스 등)도 필요 여부를 먼저 묻고 제안합니다. 로비와 객실 등 주요 접점마다 휴먼 터치를 배치해 ‘대접받는 경험’을 설계하고, 무인 시스템은 보조 수단으로만 씁니다. 손글씨 웰컴 카드를 남기고, 사전 고지된 기념일에는 작은 ‘미니 세팅’도 준비합니다. 매주 화·목 ‘해피아워’에는 숙박객에게 생맥주 10L 한정 제공과 스낵을 무료로 나눕니다. 이런 손길들이 손님들이 “호텔인데 왜 이렇게 따뜻하냐”라고 말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직영 공사를 하면서였죠. 저도 남편도 처음이었으니 시행착오 투성이였어요. 마지막엔 둘 다 고열로 쓰러져 “이제 못 하겠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래도 주변에서 도와주신 분들 덕분에 끝까지 완공했죠. 3개월 동안 하루도 못 쉬었지만, 덕분에 호텔 짓는 과정을 완전히 체득했습니다.

▷ 성과는 어느 정도입니까?
작년 11월에 오픈했는데 벌써 매출은 매달 최고치를 찍고 있어요. 이번 달은 1억7000만 원 정도 예상하고, 객실 점유율은 98%입니다. 예약도 절반 이상이 사전예약으로 채워져서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 ‘좋은 공간’의 기준은 어떤 게 있을까요?
예쁘기만 한 공간은 어디든 있잖아요. 저는 “또 오고 싶은 공간”이 진짜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손님에게 작은 선물처럼 따뜻한 기억을 주려고 합니다. 무인화가 대세지만, 우리는 오히려 사람의 손길을 남기려는 거죠.

▷ 도시를 떠나 지방에서 살아보니 어떤가요?
도시는 빠르지만, 지방은 관계가 깊어지는 매력이 있어요. 속도가 느리니 사람을 더 들여다볼 수 있고, 온기를 주고받을 기회도 많습니다. 그게 호텔 운영에도 그대로 녹아 있어요.



▷ 요즘 가장 집중하는 일은 뭐가 있나요?
‘재방문율이 가장 높은 호텔’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호텔 안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온라인 샵도 준비 중입니다. 손님들이 좋아했던 디퓨저, 어메니티, 소품을 일상에서도 경험하게 하려는 거죠.

▷ 창업을 꿈꾸는 30대 청년들에게 조언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지금 일이 힘들다면 잠시 멈춰서 ‘이게 내 목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선을 그어보세요. 저는 매일 1년, 3년, 5년 뒤의 목표를 써요. 그러면 하루의 선택이 다 그 목표로 향하게 됩니다. 답답해 보여도 준비된 사람한테는 언젠가 길이 열리더라고요.

▷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 그게 제 전부예요. 한 사람의 하루를 더 빛나게 하고, 그 행복이 또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는 선순환을 만드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직업불만족(族) 편집자주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취업했지만 매일 퇴사를 고민하는 30대 청년, 안정적인 직장을 관두고 제2의 삶을 개척한 40대 가장, 쓰레기 더미 속에서도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70대 청소 노동자까지. '직업불만족(族)'은 직업의 겉모습보다 그 안에 담긴 목소리를 기록합니다. 당신의 평범한 이야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겐 깊은 위로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일하며 살아가는 세상 속 모든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하단 구독 버튼을 눌러주시면 직접 보고 들은 현직자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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