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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불확실성 커지자…LVMH, 한국에 대규모 베팅

입력 2025-09-25 09:27   수정 2025-09-25 09:30

세계 최대 명품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미국과 중국의 소비 둔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을 차기 성장 축으로 정조준하고 있다. 단순히 매장을 늘리는 수준을 넘어 레스토랑, 카페, 전시를 아우르는 체험 중심의 복합 공간을 키워 소비자들을 붙잡겠다는 전략이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LVMH는 한국 사업을 대대적으로 확대하며 지역별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있다. 핵심 브랜드 디올은 2027년께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의 전면 리노베이션을 추진하고 있다. 2021년 디올이 서울 성수동에 연 이 플래그십 매장은 3년 만에 국내 핵심 명품 상권으로 자리 잡았다. 개장 초기 하루 1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날이 있을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다. 디올은 갤러리와 상설 레스토랑을 결합한 복합 공간을 새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LVMH의 또 다른 핵심 브랜드 루이비통도 최근 서울 청담동 ‘메종’ 매장에 한식 메뉴를 곁들인 카페를 열었다. 단순히 상품을 진열하거나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먹고 보고 기록하는 경험 자체를 일상화해 재방문을 유도하려는 포석이다.

LVMH가 이런 체험형 매장을 늘리는 배경에는 글로벌 명품 수요 둔화가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개인 명품 시장 규모는 약 3630억유로로 전년 대비 약 2% 감소했다. 중국 본토는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으로 성장세가 크게 둔화했고, 미국 역시 고금리와 경기 둔화 여파로 소비가 정체됐다. LVMH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2% 줄었다. 주요 브랜드인 루이비통과 디올, 펜디 등이 일제히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체질 개선 압박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LVMH는 소비 회복 탄력이 큰 시장에서 경험 기반 매출을 키우는 전략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은 시장 규모가 미국, 중국 등에 비해 작지만 소비력과 문화 파급력이 결합된 중요 시장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은 최근 물가 동향 보고서에서 의류·잡화 등 고가 소비가 일부 품목의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비자가 지출한 해외 명품 금액은 약 21조 원(168억 달러)으로, 전년 대비 약 20% 안팎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구가 약 510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1인당 명품 지출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팬덤과 디지털 문화가 결합한 ‘보이는 소비’는 체험형 매장의 효율을 높이며 청담, 성수, 한남으로 이어지는 프리미엄 상권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LVMH의 이번 행보가 이들 지역의 임대료 상승과 리테일 고도화 경쟁을 더욱 자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 백화점과 면세점 등 유통업계의 대응도 불가피하다. 백화점은 글로벌 브랜드와 단독 협업을 늘리고, 식음료와 전시가 결합된 콘텐츠를 확대하는 식으로 전략을 세우고 있다. 예약제, 웨이팅 운영을 고도화해 고객 체류 시간을 늘리는 것도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면세점은 고급 미식과 문화 체험을 결합해 객단가를 높이는 방식으로 체질을 바꾸는 중이다. 중장기적으로는 VIP 고객 관계 관리(CRM) 강화와 브랜드와의 합동 전시 및 공연 등 융합 콘텐츠 기획 역량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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