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될 재정경제부가 부총리 부처로서 경제사령탑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경제정책 총괄 조정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나가겠다.”
25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대통령실이 “금융위원회 기능 분리 및 금융소비자원 신설 등을 이번 정부조직개편에 담지 않기로 했다”고 밝히자마자 기획재정부가 언론에 공지한 공식입장입니다. 기존 조직개편 안은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고, 재정경제부 산하에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넣어주는 것이었는데 후자는 빠지고 기재부 분리만 남았습니다.
흔히 경제정책의 3대 수단으로 재정, 금융, 세제 등을 꼽곤 하는데 세 가지 기능이 모두 뿔뿔이 흩어지게 된 겁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가뜩이나 조직개편으로 뒤숭숭한 내부 직원들에게 기재부는 “경제정책 총괄 조정기능을 강화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실상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인데요. 기재부 내부 소통망에는 곧 “개탄스럽다”는 글이 쏟아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직자의 사명을 가지라고요? 금융위는 사명감이 투철해서 시위했나요? 설령 사명감이 있다 하더라도 일을 할 수단이 없습니다. 예산도 없고 금융도 없는데 무슨수로 정책을 총괄하죠?
또다른 기재부 공무원은 “지금도 부처간 협조가 안 되는데 예산, 금융 다 없으면 아마 전화도 안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예산 기능만 순유출되는 상황에서 재정경제부는 어떤 매커니즘으로 어떻게 강화되는 거냐. 기능이 줄면 역할도 줄어드는 게 정상 아니냐”며 “기능이 줄었는데 역할이 강화되는 획기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꼬집었습니다.
경제정책 총괄을 포기하고 차라리 ‘부총리’를 떼라는 목소리까지 나왔습니다. 한 직원은 “재정경제부가 아닌 세제경제부”라며 “부총리 부처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차라리 총괄조정 포기하고 순수하게 재무부 역할만 해라”고 말했습니다.
고위간부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한 직원은 “금융위는 결국 시위를 통해 원하던 것을 얻어냈다. ‘떼 쓰면 들어준다’는 건지 의문”이라며 “만약 맞다면 간부들은 그렇게 해서라도 조직의 기능을 지켰어야 했다”고 토로했습니다.
물론 기재부 조직개편이 이번에 처음 있는 일은 아닙니다. 정권에 따라 합쳐지기도, 또 나눠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경제계 원로들은 “김영삼 전 대통령 때 재정경제원으로 조직개편을 하는 바람에 거시경제 관리 기능이 약해져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이어졌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부처의 조직개편은 무게감 있게, 또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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