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비상이다. 한미 무역 합의가 지연되면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대미 관세 25%가 여전히 부과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서 인기가 많은 제네시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대부분은 한국에서 생산돼 수출되는데, 이 때문에 미국 현지 생산 중인 유럽 고급차 브랜드 BMW나 메르세데스-벤츠와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HMMA)에서 생산되는 중형 SUV 'GV70'을 제외하면 'GV80' 등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델은 모두 울산 공장에서 생산돼 수출되고 있다.
제네시스의 미국 판매 비중은 꽤 높은 편이다. 제네시스의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22만9532대 가운데 7만5003대가 미국에서 팔렸다. 전체 판매량의 약 33%에 달한다. 특히 미국에서 인기가 많은 모델은 준대형 SUV GV80이다. GV80은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한 2630대가 팔렸다.
GV80은 과거 타이거 우즈가 차량이 전복되는 큰 사고를 당했음에도 다리 부상만 입으면서 현지에선 '안전한 차'로 유명세를 탔다. 올해 초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족이 취임식으로 향하는 공군기 탑승 현장에 주차된 GV80이 등장하며 현지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현재 GV80의 미국 내 시작 가격은 5만7700달러(약 8086만원)다. 독일의 고급 차 브랜드 BMW와 벤츠의 동급 경쟁 차량 X5 SDrive 40i(6만7600달러), GLE(6만2250달러) 대비 약 1만달러(약 1400만원)가량 저렴해 가격경쟁력을 갖췄다.
하지만 한국산 차량에 25%의 관세가 붙었을 땐 얘기가 달라진다. BMW X5와 벤츠 GLE는 미국 내에서 생산되고 있어 관세 리스크에서 제네시스 대비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BMW는 현재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턴버그에서 X5·X6를, 벤츠는 앨라배마주 터스컬루사에 공장을 두고 GLE·GLS·EQE 등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매체 슈피겔에 따르면 BMW와 벤츠는 미국 내수용을 제외하고 3분의 2 정도를 다른 나라로 수출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한국 차에 대한 대미 관세 25%가 이어질 경우, 당분간 제네시스가 유럽 전통 강호인 BMW나 벤츠 대비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져 마진 높은 프리미엄 시장까지 밀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최근 미국 뉴욕에서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제네시스의 현지 생산 차종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미 관세 대응 차원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GV70 외에 다른 모델도 미국에서 생산할 계획"이라며 "제네시스가 더 성장하려면 미국에서 더 많이 제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내년 출시 예정인 대형 전기 SUV 'GV90'이 미국에서 생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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